정치 이야기2012.10.03 04:16

미약한 근거로 짜맞추기, 왜곡하기가 유행인 거 같습니다. 저도 시류를 타서 블로그에 과장 포스팅 하나 하겠습니다. 새누리당 출입 MBC 현원섭 기자께서 요즘 안철수 조지시는 게 뭔가 냄새가 난다는 것. 4년 후 공천 받을 기세라는 것. 이런 게 제 상식으론 이해가 안 된다는 게 요지입니다.

일단 아래 기사를 보시죠.

[단독] 안철수, 의학박사 논문도 표절 의혹 - 2012년 10월 1일 MBC 현원섭 기자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3148912_5780.html

오늘은 이런 기사도 쓰셨죠.

오류까지 복사판인데‥안철수, "논문 표절 아니다" - 2012년 10월 2일 MBC 현원섭 기자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3149496_5780.html

충분히 의혹제기가 가능한 부분입니다. 과거 논문 검증이야 병역 등과 함께 주요 관직 인사 때 통과 의례 아니었겠습니까. 하지만 추석도 잊은 기자의 과도한 의욕과 함께 의도성이 보인다는 점에서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지 않나 심히 추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철수, "MBC 해도 해도 너무한다"격분 -헤럴드경제 생생뉴스(온라인팀)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21002000010&md=20121002064221_F

"전문가들 다 아니라는데 MBC만 안철수 표절 주장"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285

요컨대 현원섭 기자는 제대로 된 확인 없이, 반박의 여지를 줄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논문 표절'이란 핫 이슈를 보도했습니다. 심지어는 다음 날 표절 의혹의 피대상자인 서인석 서울대 교수 등 대다수가 "표절이 아니다"라고 하는 가운데서도 이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21년 전인 1992년 깜도 안되는 추가 의혹제기에 나섰습니다. 의도성이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죠.

전 위 두 기사를 토대로 MBC 현원섭 기자께서 4년 후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의 새누리당 공천을 노리는 게 아닌가 추정해 보려 합니다. '팩트'는 없으나 추정 요인은 많습니다. 자 이제부터 '소설' 한번 써 볼까요.

첫 번째 근거. 본인의 (강한) 의지를 통해 새누리당 출입에 배정받다. 그리고 활약하다.

현원섭 기자께서는 지난 7월부터 정치부 새누리당에 출입하게 되셨습니다. 교육 담당이던 1월부터 6개월 동안 파업에 참여하다가 파업이 끝나자마자 이 곳에 복귀하신거죠. 그리고 7월 18일 파업 종료 당일이 되기 무섭게 첫 꼭지를 쓰셨습니다.

여야 대선경선후보 치열‥안보 행보 vs 불심 잡기 -2012년 7월 18일 MBC 현원섭 기자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3099316_5780.html

기사 내용이야 별 볼 일 없습니다. 준비할 새가 없었겠죠. 단순 스트레이트. 하지만 문제는 파업 직후 새로 배정받게 된 출입처 그 자체에 있습니다. MBC 파업은 역대 최장 기간이 말해주듯, 김재철 사장과 기존 기자들과 'MB 입맛에 맞추느냐 마느냐'를 두고 전쟁을 방불케 할 만한 사투를 벌였습니다. 시용기자를 뽑아놓은 통에, 파업에 제대로 끼어든 사람들은 업무 복귀는 했으되 한직 부서에서 노닥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 기자는 방송 기자의 꽃 중의 꽃이라 일컫는 집권 여당 출입기자가 됐습니다. 아직도 MB 산하 김재철 사장이 떡 버티고 있는 가운데 이 곳을 가는 건 본인의 강한 의지와 '실적'에 대한 약속 없인 어려웠을 거라고 추정됩니다. 

김재철 사장께서도 바보가 아닌 한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기자를 새누리당으로 보내진 않았겠죠. 차라리 자신이 채용한 1년 계약직, 소위 시용기자를 보내는 한이 있어도. 그래도 현 기자는 갔습니다. 그는 이후 보란 듯 친여반야 성향을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안철수 이중성' 실체있나‥"불법사찰 아니냐" -2012년 9월 17일 MBC 현원섭 기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3133147_5780.html

안철수 교수를 둘러싼 의혹은 회사경영과 사회활동, 사생활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있습니다. 재벌 친목모임 회원으로 SK회장 구명 운동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안 교수가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20대에 재개발 아파트 '딱지' 구입과 어머니 돈으로 산 아파트의 증여세 누락 의혹, 포스코 사외이사 시절 스톡옵션 행사로 거액의 차익을 본 것 등은 여전히 논란입니다.  특히 자신의 책에서 밝힌 내용과 다른 과거가 드러나면서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금태섭 변호사가 정준길 전 공보위원이 언급했다고 주장한 안 교수의 뇌물 공여 의혹과 30대 여성과의 교제설은 안 교수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검증 국면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안 교수 측과 공조하며 불법사찰 의혹을 부각시키기 위해 주력하는 모습이고, 새누리당은 증거를 제시하라는 입장입니다.

이게 위 기사 대부분입니다. 안철수 측이 의혹은 해명되지 않은 채 불법사찰 의혹으로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거죠. 그의 명확한 해설 없이 의혹 확대.재생산하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나요. 대부분 의혹 자체가 무리수거나 반론의 여지가 많은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여기선 그런 반론 따윈 싹둑 편집됩니다.

김재철 사장 이하 새누리당 입김이 강한 데스크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도 하더라도 과합니다. 새누리당의 누군가와 어떤 약속이 있지 않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이번 '단독'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누리당 출입 3개월 만에 안철수 기자의 20년 전 논문까지 샅샅히 뒤졌다? 그래서 비슷한 오타를 찾아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새누리당이 뒤에서 던져준 자료를 그대로 받아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선거 전 후보 진영끼리의 상대편 흠집내기 제보는 엄청납니다. 새누리당 측은 그중 가장 센 걸 자기 편이 확실한 김재철 산하 MBC에, 개중에서도 자기 편이 확실한 현 기자에게 보내준 거라고 추정하지 아니할 수 없는 거죠.

그리고 현 기자는 이 첫 미션을 성공리에 소화해냅니다.

두 번째 근거. 그의 향상심(向上心)은 원래 컸다?

내친 김에 현원섭 기자의 과거를 살펴봤습니다. 현원섭 기자께선 2000년 MBC 33기 수습기자로 입사하셨습니다. 옛 방송기사는 찾아보기 힘든 까닭에 확인 가능한 첫 기사는 2007년 4월 뉴스투데이(오전 6시) 20년 전 오늘 뉴스란 코너. 약 3개월 합니다.

그리고 그 해 9월 이 기사를 시작으로 아마도 사회부에 복귀합니다. 처음에 쓴 기사는 당시 신정아 건으로 불거진 논문표절 사태에 묻어가는 이 단독기사.

조계종 총무원장마저… -2007년 9월 12일 MBC 현원섭 기자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5&oid=214&aid=0000048466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허위기재 몰랐다" -2007년 9월 13일 MBC 현원섭 기자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5&oid=214&aid=0000048552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 역시 학력을 허위기재했다는 의혹. 이번 안철수 건과 비슷합니다. 선 의혹 후 해명. 다만 이번 안철수 건에선 해명을 제대로 안 받았다는 차이는 있지만. 여튼 비슷합니다.

이런 식의 취재 및 기사보도 방식. 자신이, 자신의 보도가 이 정도 힘을 가졌음을 보여주고 싶은 경우겠죠. 충분한 해명을 들을 후에 하루 늦춰 보도해도 되지만, 그러면 기사의 '강도'가 약해지고, 때론 보도하기 위한 '팩트(fact;사실)' 자체가 약해지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이름을 날릴 수 없게 되죠. 이 경우 정론직필과 특종보도는 반비례하는 상황.

현 기자님의 단독, 즉 성과 욕심은 이런 식으로도 나타납니다.

[단독] '학원법 개정' 누가 막나?‥로비 의혹 -2011년 6월 27일 MBC 현원섭 기자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2877723_5780.html

기사 취지는 좋습니다. 학원에 영수증 발급을 의무화 하는 사교육 관련 법안이 3개월째 계류중이란 내용. 그런데 왜 단독이냐고요? 학원연합회 측에서 국회 법사위에 로비(면담)를 했고, 국회 법사위위원장이 "입장을 반영하겠다"고 했단 답변을 받았다는 내용을 기자께서 단독으로 확인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보면 다소 우습죠. 국회의원이 법안을 논의할 때 양측 입장을 들어보는 건 당연합니다. 양측 입장을 반영해야죠. 그래야 일부 이익단체의 이익이나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은 현실적인 법안이 나오겠죠. 그런데 돈을 준 것도 아닌데, 단순히 만나서 '입장을 반영하겠다' 한 걸 그대로 '로비'라고 갖다붙이면 어디 무서워서 국회의원 만나러 가겠습니까.

취지는 좋지만 '단독'을 붙이는 건 다소 무리수가 따랐죠.

그는 이후 사회부를 거쳐, 경제부와 정치부, 그리고 올 1월까지 교육부를 거치셨습니다.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단독기사가 종종 나옵니다. 모두가 '오버'한 거라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위 기사들처럼 무리수를 던지면서까지 '향상심'을 위해 활동하신 정황을 일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절정은 파업 종료 직후 정치부 복귀와 함께 쓴 안철수 관련 기사들이겠죠.

세 번째 근거. 많은 기자는 정치인을 꿈꾸고, 기자직임을 십분 활용한다

많은 기자는 정치를 꿈꿉니다. '눈사람 기자'란 별칭을 얻은 KBS 박대기 기자도 정치에 뜻이 있다고 했죠? 그것만으로 나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기자의 한계를 본 이상, 자신이 보다 직접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 좋은 일일 수도 있죠. 물론 최시중 위원이나 정동영 의원 등을 보면 아주 잘 된 사례는 없는 듯 하지만ㅎㅎ

정치 등으로 전향하는 건 좋다 이 말입니다. 다만 이 때문에 자신의 기자직, 기자의 펜을 이용한다면 최악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일은 실제 벌어지고 있습니다.

KBS·조선일보 출신 언론인, 새누리당에 다수 공천신청 -2012년 2월 16일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404

위 기사는 올 초 19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공천자 중 언론인 명단입니다. 말씀드렸듯 이것만으로 나쁘다고 할 순 없습니다. 문제는 공천을 받기 위해 기자직을 노골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죠.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 그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당선된 4월 16일 직전까지 중앙일보 논설위원실에서 '이상일의 시시각각'을 연재했습니다. 하필 마지막 편에선 박근혜와 손수조에 대한 긍정적인 논조를 다뤘죠. 마지막 연재일이 3월 15일. 공천 확정 6일 전. 이쯤 되면 문제가 되지 않겠어요.

새누리, 현직언론인 선대위 대변인 내정 -2012년 3월 20일 연합뉴스 신지홍 기자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5560180

물론 현원섭 기자께서 4년 후까지 내다보고 기사를 쓰신 건 아닐 겁니다. 새누리당도 출입기자에 '소스'를 뿌렸을지언정, '공천 줄게'라며 꼬드겼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 하지만 현 기자의 '뉴 MBC'에 대한 과잉충성, 혹은 무리한 단독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긴 밤 잠도 안 오는데, 제 기자관도 새삼 다시 정립할 겸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게 됩니다.

묻고 싶습니다. 현 기자님, 아니 선배님. 무엇을 위해 그렇게 의혹을 부풀리셔야 했나요. 왜 인터넷 기사만 봐도 대번에 확인할 수 있는 해명들을 '의도적으로' 누락하신 건가요. 정말 뭔가 있는 건가요. 아니면 안철수를 까도까도 의혹 덩어리인 '악의 축'으로 보고 계신 건가요.  저는 이걸 어떻게 이해하고 앞으로의 기자생활을 꾸려나가야 하는 걸까요. 만일 제가 오버하고 있는 거라면 한 말씀이라도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ps. 혹 제가 "너무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안 후보에 대한 현 기자님의 기사가 "너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는지 돌이켜보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김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