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야기2011.12.03 03:55

김경준 BBK 전 대표

글을 쓴 이후의 뉴스보도.. 관련 책 탐독.. 더더욱 헷갈리는군요. 이 글은 '맥락' 잡는데만 활용하시고, 진실은 각자 알아서 판단하시길.. 생각같아선 추가로 제 생각을 덧붙이고 싶지만 아직은 설익은 까닭에.. <2011년 12월7일 추가>

2007년 대선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BBK 주가조작’. 소송과 자살, 그리고 대선후보 이명박 현 대통령의 존망, 김경준과 누나 에리카의 운명…. 스펙터클한 정치 드라마였죠. 근데 누가 뭘 잘못한거죠? 금융투자란게 복잡해요. 게다가 주가조작이라니. 뭔가 냄새는 나지만 헷갈리죠.  저도 같이 잘 모르는 입장에서 최대한 쉽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1998년. 이명박 당시 국회의원은 1996년 총선의 선거법 위반이 확정됐어요. 중도에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미국으로 날아갑니다. 상실감이 컸죠. 당시 민자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도 나가려던 참이었거든요. 잘 나갔었죠. 현대건설에 입사, 평사원에서 사장을 거친 ‘직장인 신화’가 1990년 방영된 ‘야망의 세월’이란 드라마로 각색돼 1992년 국회의원 뱃지까지 답니다. 일약 스타 정치인으로 데뷔한거죠.

돈 많겠다, 힘 있겠다, 경험도 있겠다. 그는 미국서 새로운 업을 생각합니다. 어차피 돌아갈 정치판을 의식했을까요. 당시 ‘첨단’으로 여겨진 금융사업에 눈을 돌립니다. 그리고 지인이던 미국 변호사 에리카 김을 통해 그의 동생 김경준을 만납니다. 김경준은 미국서 살다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등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다 1999년 BBK란 금융투자회사를 설립한 금융 사기꾼. 당시 34세.

이명박 가카

여기서 잠깐. 금융투자회사? 쉽게 말하면 돈놀이 하는 곳이죠. 돈 끌어다가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서 불려주는 곳.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등이 유명하죠. 월가 아시죠? 보통 기업들이 놀리는 목돈을 땡겨서 뻥튀기 해줘요. 얘네들 방법이 참 기기묘묘해서 강태공 저리가라 할 정도입니다. 일반인이 보기엔 반쯤 사기나 다름없죠.

BBK도 그런 곳입니다. 그런데 경준이는 돈도 백도 없었어요. 애써 땡긴 돈이 고작 30억원. 그래서일까요. 누나의 소개로 이명박 형님을 만났습니다. 전 국회의원이자 국내 대기업 사장님, ‘다스(이명박 형 이상은과 처남 김재정이 대주주)’ 같은 중견기업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멋쟁이.

게다가 이 형님이 금융사업 하고 싶다네요. 금융 사기꾼 김경준은 반가웠죠. 호구가 제발로 굴러왔으니. 둘은 이내 의기투합했어요. 이명박 형님은 BBK를 도왔어요. 이명박 가족회사 다스 돈은 물론 삼성생명 같은 대기업, 심택 같은 중견기업에서 돈을 땡겨줬어요. 그 합이 600억원. 김경준이가 간신히 땡긴 돈 30억원의 20배.

현재 이명박 대통령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어요. 하지만 정황상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죠.

미국 변호사 에리카 김. 김경준의 누나.

김경준이도 고마운 이명박 형님을 도와줬어요. 한 해 뒤 2000년2월, 이명박이 금융투자회사 LKe뱅크를 설립할 때 공동대표로 나서줬죠. BBK 회삿돈 30억원도 빼돌려 LKe뱅크 설립 때 썼대요. 나중엔 이게 문제가 되지만. ‘명박이 형은 이름만 빌려줘요. 제가 알아서 잘 할게.’ 이런 얘기가 오고갔을런지도. 명박이 형도 다시 이 회사 자금을 BBK가 운영하는 펀드(MAF)에 투자, 자매회사 처럼 지내죠.

그런데 BBK 돈 빼서 LKe뱅크 설립 때 쓴 게 문제가 됐어요. 금융감독원이 ‘고객이 투자한 돈을 다른 데 갖다 썼네? 나쁜놈.’이라면서 중징계를 내렸거든요. 2001년 3월이었죠. 이 때 전후로 BBK 투자자들도 돈 돌려달라고 떼쓰기 시작했어요. 망조를 본거죠. 아우와 형님은 똥줄이 탔죠. 더욱이 이명박 형님은 2000년 8월15일에 선거법위반 사면됐어요. 2002년에 서울시장 선거 꼭 나가고 싶은데. 이제 1년 남았는데 이거 잘못되겠다 싶었죠.

둘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각기 발을 뺍니다. 이명박은 LKe뱅크 대표를 사임, 서울시장 선거 모드로 변환, 2002년 보란듯 서울시장 당선됩니다. 김경준은 투자자들 손 벌리는 거 대강 메워주고, BBK 영업정지 직전에 다른 금융투자회사를 인수, 옵셔널벤처코리아란 ‘포스트 BBK’를 만들어요. 게다가 이 회사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시장에 흘리는 방식의 주가조작으로 막대한 차익을 남겨요. 수백억원 대의 차익. 아직 못 갚은 투자자 돈 돌려주고도 300억원 가량이 남았어요. 그런데 주가조작, 중범죄죠. 튀어야죠. 자기의 본고장 미국으로 위조여권 만들어 튀었죠. 벌어둔 돈 싹 챙겨서.여기서 피해를 본 개미투자자 중 하나는 자살까지 했다더군요. 김경준, 나쁜자식.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이명박 형님이 잘못한 건 뭘까요. 이게 지금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는 겁니다. 본인은 “나도 속았다”고 하고, 김경준와 야당은 “같이 해먹지 않았냐”며 의혹을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김 군은 대선이 한창이던 2007년 11월 구속수감되서 이후 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입니다.

이명박 형님이 주가조작에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다시 정치 복귀를 바라던 그가 주가조작이라는 무리수를 던졌을 가능성도 낮다고 생각해요. 다만 주가조작을 했던 BBK란 기업에 적잖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거죠. 법적으로는 모르지만 이명박 일가 회사인 다스나 LKe뱅크 등을 통해 전체 운용금액 600억원의 상당 부분이 이명박 형님의 영항권 아래 있었죠. 요컨데 김경준이는 이명박 돈으로 사기를 친 셈이라고 보면 쉽죠. 물론 제 개인적 견해지만.

이명박 형님 입장에서는 김경준이 사기친 돈을 갖고 다스의 미납금 140억원을 다 받았으니 금전적 손해는 없었지만, 이득을 본 것도 없어 보입니다. 있나요?

이게 왜 다시 이슈가 되는 걸까요. 간단해요. 이명박 정권은 끝나가고, 대선이 내년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죠. 에리카 김이 기소유예 처분 받고, 김경준이 미국 송환 검토되고, 미국에서 진행됐던 다스 대 김경준 소송도 최근 취하되는 등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습니다. 더욱이 한미FTA와 BBK논란 덮기를 미 정부와 바꿔치기 했다는 빅딜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쨌든 개미투자자에 막대한 손실을 입혀 자살까지 하게 된 사건에 현직 대통령이 간접적으로나마 연루됐다는 거, 정부 입장에선 곤란하죠. 반대편 입장에선 최대의 무기고.

‘한미FTA 빅딜설’은 가능성 낮다고 봐요. 왜냐하면 미 법원은 다스의 소 취하를 승인한 것 뿐이지, 무슨 큰 힘을 발휘해서 조사하던 걸 멈추고 그런 건 아니거든요. 이명박 측에서도 다스에 “나 힘들다. 돈도 다 받았으니 소송은 관두자”고 했을 순 있겠지만 미 법원에 “소 취하해 주세요”할 건 아닌 것 같아요.

2007년 말 김경준 소환 늦춰달라’고 미 대사관에 요청한 사실 등도 실제 사기에 관여해서라기보다는 대선 전 ‘골치아픈 일’ 생길까봐 늦춘 게 아닐까 싶어요. 여론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일단 구린 곳에 연루되면 여론 재판은 이미 끝나버리니까. 대선 당시 이명박 형님과 김경준이가 만난 시점을 두고 공방을 벌였던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쓰다보니 ‘가카는 주가조작을 하셨을 리 없다’고 변호하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닙니다. 직접 개입했을 여지, 아니 유일한 컨트롤타워였을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법원이 밝혀내지 못한 것일 뿐.

아니라고 칩시다. 그래도 대한민국 전직 의원이 이런 사기꾼한테 속는 걸 보니 한 인간으로서의 능력에 의문이 생깁니다. 만 1년도 채 안된 김경준과 의기투합해 수십억원이 필요한 회사를 공동 창업까지 했다니, 이건 대범한 건가요, 사람을 너무 잘 믿는 순둥이인 건가요. 아니면.. 진짜 거.짓.말?!

요컨대 아무리 잘 봐도 이명박은 김경준이란 젊은 사기꾼한테 완전히 낚여서 사기 밑천을 댄 모양새입니다. 사람들이 에리카 김과의 내연관계 설을 주장하는 것도 이 상황이 당최 이해가 안 가서였겠죠. 이상입니다. 도움이 되셨을지 모르겠네요. 더 자세한 사실관계는 신문보도와 위키피디아 등을 검색해보세요.

Posted by 김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