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2012.10.04 06:00

-소설 노무현 1~2. 강효산 지음, 까만양 출판, 2012년.

나는 노빠다. 대통령, 정치인으로서의 공과는 아직 차분히 정리하지 못했지만,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인간적인 매력을 갖춘 인물이 아닐까 싶다. 박정희도, 김대중도 좋아한다. 하지만 노무현은 좀 더 특별하다.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해 처음으로 경험한 정치인이기 때문일까. 그래서 이름만 보고 이 책을 다짜고짜 들었다. 소설 노무현.

벌써 소설? 다소 의아했다. 이제 4년이 지났다지만 아직 제대로 된 공과를 논할 땐 아니다. 아마추어 역사가를 꿈꾸는 입장에서 그를 벌써 소설로 다룬다는 건 시기상조다. 그의 일대기를 평면적으로 다룰 순 있을지 몰라도 좀 더 묵혀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벌써 썼다. 꽤나 공 들인 책이란 걸 생각하면 2009년 돌아가실 때부터 벌써 스토리 구상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같은 노무현의 측근의 기록이 아니다. 재밌다. 굳이 분류하자면 나처럼 먼 발치에서 본 그냥 노빠다. 별다른 경력 없이 역학 책 두어권을 집필한 역술가다. '12살 어린 나이에 한의학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지금까지 사서오경과 역, 음양, 오행 등 도양학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는 저자 소개는 신선하다. 그의 첫 소설이다. 그만큼 노무현과 그의 굴곡진 삶은, 집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매력덩어리라는 증거 같다.

역술가답게 독특하게 시작한다. 노무현의 일대기를 생각했다면 다소 황당할 수도 있다. 주인공인 1군사령부의 중사 정중덕이 이병 노무현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픽션이다. 심지어 노무현이 주인공이 아니다! 정중덕은 중사 시절 군부대 인근에서 우연히 만난 도인을 스승으로 모셔, 스스로가 역술에 통달하게 된다. 이 스승, 세심거사라 불리는 도인은 노무현 이병을 '대통령이 될 인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정중덕과 노무현은 우정을 쌓는다.

하지만 운명은 이들을 갈라놓는다. 둘은 모두 사시를 패스했으나, 노무현은 검사를 거쳐 인권변호사로, 정권에 저항하는 '바보' 정치인으로, 대통령이 된다. 반대로 정중덕은 중앙정보부를 거쳐 미국 CIA 한국지부 총책임자가 된다. 보수 세력을 물 밑에서 움직이는 미국의 앞잡이가 된다. 미국에 거스르는 김대중의 '햇볕정책'을 계승, 자주국방을 외치는 노무현과 정중덕은 완전히 갈라설 수 밖에 없는 운명이 됐다. 더욱이 자주 국방의 핵심 키였던 무기 설계도면을 두고, 노무현과 정중덕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다.

이후 노무현은 뜻을 못 이룬 채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고 정권도 보수세력에 넘겨주고 말았다. 그리고 정중덕은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서서히 용도폐기된다. 미국 은 결국 노무현을 자살로 몰아넣는다. 정중덕은 자신이 뿌린 씨앗이라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물론 소설 속 얘기다. 실제가 아니다.

황당하다고? 그렇지만은 않다. 나 역시 세심거사가 나오는 초창기엔 황당무계한 무협지를 상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최신 현대사와 국제관계에 대해 상당히 연구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과 픽션을 절묘하게 엮었다.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권력 구조와 그 때마다의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사실에 가깝게, 혹은 사실처럼 보이도록 묘사했다. 주인공 정중덕의 역술과 현대 정치사, 국제정세가 어우러지며 묘한 느낌을 준다. 재밌다.

옥의 티라면 마지막 클라이막스로 가면서 주인공의 감정보다는 노무현의 자살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 감정의 흐름이 다소 끊기는 감이 없지 않다. 작가 스스로의 감정이 격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 스스로의 감정이 격해졌기 때문에 그렇게 읽힌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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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욱
정치 이야기2012.04.01 01:06

 

‘이명박 정부가 왜 욕을 먹나요. 뭘 잘못했나요.’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봤습니다. 생각해보니 역대 모든 정부는 정권 말년에 대개 욕을 먹었죠.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하야, 최장기간 대통령 박정희는 암살, 이후 전두환ㆍ노태우는 옥살이, 김영삼은 IMF, 김대중ㆍ노무현도 레임덕을 피해가진 못했었죠. 노무현은 결국 스스로…. 이렇게 놓고 보면 이명박만 잘못했고, 나쁜 놈이고, 하야 할 거란 맹목적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되죠. ‘그냥 원래 임기 말부턴 욕 먹는다’는 공식에 따르면 ‘그 역시 잘못은 했지만 역대 대통령보다 더 잘못한 건 딱히 없다’는 얘기가 되겠죠. 누군가 위 질문에 비리와 실책을 나열했더군요. 하지만 비리? 실책? 누구나 완벽할 순 없고, 또 완벽하지 않았잖아요.

변호 아닙니다. 전두환ㆍ노태우마저 공과를 구분해 인정하는 저지만, 이명박 정부가 역대 최악 중 하나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체감할 수 있습니다. 아직 역사가 증명하진 않았지만 맥은 짚어볼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현 정부의 잘못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1. 노무현의 죽음

전직 대통령의 검찰 비리 조사, 그리고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 대해 직접적인 살인죄를 적용할 순 없죠. 하지만 전직 대통령을 간접 살인한 나쁜 선례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김영삼 때도 전두환, 노태우를 감옥에 집어넣었습니다. 하지만 그 죄상의 정도가 크게 달랐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예우 차원에서 턱없이 빠른 기간 내 사면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촛불집회의 배후에 노무현이 있다’는 단정 속에 전직 대통령을 탈탈 털었습니다. 사사건건 그를 트집잡았습니다. 그 방식 또한 검찰과 언론을 이용, 비열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2. 민주화의 역행

전직 노무현 정부도 말 많았죠. 하지만 권력 분립이라는 측면에선 확실한 역할을 해 냈습니다. 국정원, 검찰, 언론…. 대통령의 수족이 돼 움직이던 조직들을 권력과 따로 노는 독립 조직으로 인정해줬죠. 물론 그걸 ‘권력으로부터 팽 당했다’고 생각한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노무현을 옥죄는 데 사용하고 말았지만.

이명박은 이걸 원상태로 돌렸습니다. 아니, 더 공고히 했습니다. 청와대는 다시 초법적 권력기관으로, 국정원과 검찰은 심복기관으로 만들었습니다. YTN, MBC, KBS…. 유력 매체 사주는 그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로 채웠습니다. 입맛에 맞는 조중동매경연합엔 종편 혹은 경제보도 채널을 선물로 줬습니다. 덕분에 노무현이 먹던 욕의 10분의 1도 안 먹습니다. 기성 언론에서만은. 오죽하면 사람들이 ‘지하방송’ 격인 나꼼수에 열광할까요. 이명박,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잊은 듯 합니다. 뭐, IT엔 별로 관심이 없으시니.

측근비리? 민간인사찰? 이런 건 빙산의 일각이라 생각합니다. 어제 민간인 사찰을 놓고, 민주당하고 청와대가 '노무현 때가 더 많았다, 아니다 물타기다' 싸우더군요. 문제는 여기서 민간인이 누구냔 거죠. 사찰은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말이 좀 무서워서 거부감이 드는데 비리 잡는 것도 사찰, 간첩 잡는 것도 사찰입니다. 다만 그 목적이 문제죠. 추정컨데 두 정권의 속성상 노무현은 비리 잡는데, 이명박은 반대파 잡는데 주력했겠죠. 그렇지 않나요.

3. 재벌과의 유착

기업민주화도 역행했습니다. 정권 초기 금산분리법을 폐지한 게 대표적이죠. 이건희와의 평창 동계올림픽 빅딜, 각종 대기업 규제 해소도 있고. 재벌이 편법적 3~4세 승계를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그래놓고 공정위다 뭐다 활동하면 뭐 합니까. 어차피 대기업 직원한테 막히는데. (삼성이 공정위 직원을 막고 모든 자료 폐쇄한 것.. 알고 계시죠?)

4. 비일관적인 정책

대기업 규제를 풀면 뭐합니까. 그네들은 그냥 좋아라 할 뿐이었죠. 정부를 안 도와주는데. 정부 위에 군림하려 하는데. 이명박도 배신감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본인의 인기마저 떨어지니….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대기업 조지기로 탈바꿈했죠. 요컨대 현 정부는 대기업의 뼈대와 근육은 키워주고 이제사 살점을 떼 가는 승냥이가 된 셈입니다. 기업의 경영활동에 가장 중요한 정치적 안정성, 정책의 일관성을 잃었습니다. 편 들려면 끝까지 ‘윈윈’하시던지….

행정부의 조직도 오락가락했다죠. 작은 정부를 주창, 조직축소를 단행했으나 그 행정조직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거나 각종 위원회의 난립으로 더 복잡해졌다는 게 이전 정부 관계자의 비판입니다. 일일히 대조해 본 건 아니지만, 대기업 정책의 비일관성을 보면 일단 그렇게 보입니다. 아쉬운 건 그 와중에도 IT와 과학은 끝끝내 찬밥 신세였다는 점. 미래산업과 국가산업의 근간을 경시했다는 건 그의 큰 정책적 실책 중 하납니다.

5. 4대강

추측컨데 4대강은 그 효용가치보다는 공사, 그 자체에 목적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현대건설 CEO 출신인 그는 건설불경기를 두고볼 수 없었겠죠. 게다가 표도 의식했고, 4대운하든 4대강이든 뭐든 건설경기 부양을 했어야 했으리란 게 제 생각입니다. 이미 공사는 마쳤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라 추측할 수 밖에 없지만, 10조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간 그 공사가 20~30년 후 환경적 측면에서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건설경기는 여전히 불황이죠. 고속성장 때와 다른 게 당연합니다.

확대해석하면 이 정권은 정권획득 자체가 목표였지 국가 발전이나 그 어떤 가치 창출을 위한 게 아니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현대건설 사장, 국회의원, 서울시장, BBK 사장, 그의 성과지향적이었던 과거 발자취가 이 같은 의혹을 더 키웁니다.

실제 터키 원전수주, G20 정상회의, 핵안보 정상회의…. 홍보만 있고, 구체적인 실적은 없습니다. 청계천, 버스전용차선이 여전히 그가 이룬 사회적 최대 성과인 것 같습니다. 당 차원의 문제이긴 하지만 뉴타운 공약은 또 얼마나 허구였습니까.

6. 뭘 이뤘나

5년 내 무슨 엄청난 일을 해 낼 수 있겠냐마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역대 정권은 저마다 의의가 있습니다. 피로써 만들어진 전두환 정권 때도 사상 최대의 경제발전, 경기호황을 누렸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미숙했다는 노무현 때도 한 단계 발전한 민주화를 그렸다는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때를 돌아보면 무슨 의미가 있었나요. 전 모르겠습니다. 대통령과 청와대로의 권력 집중. 재벌권력 강화 정도일까요. 아, 모국가인 미국과의 관계회복도 들 수 있겠네요. 대신 대북관계를 잃었지만.

단 747공약이 허구였다는 건 가혹한 비판입니다. 정권 1년차 말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747이란 숫자를 맞추려 했다면 파탄에 이르렀을 수 있겠죠.

하나 떠오르네요. 한EU FTA와 한미FTA 체결 및 발효.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이 수출주도형으로 가야 한다는 기본전제는 변함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내수시장만으론 너무 작아요. 아마 민주적인 절차를 따졌다면 노무현 때처럼 역풍만 맞고 실제 발효까진 이르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비판적이더라도 이 점만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성장에 발맞춰 문화수출국가가 된 것도 이번 정권 내 가시화 한 기쁜 소식이겠죠.

요약하면 민주화를 포기한 대신, 권력을 최대한 중앙집권화 해서 경제성장에 집중한 게 현 정부의 정체성이겠죠. 물론 ITㆍ과학부문은 열외, 공약 중 하나였던 한국의 아시아 금융허브화는 2008년 말 금융위기로 유야무야된 게 오히려 다행이고.

유권자들이 직접 사기를 친 건지는 확인된 바 없으나 금융사기를 쳤던 회사 BBK의 실소유주, 이명박 씨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어떠십니까.

전 당시 민주화에 좀 더 힘을 실어줬으면 했던 바람이 있었더랬죠. 노무현 정부의 미숙함, 급진적 민주화, 진보세력의 자멸이 초래한 결과지만 이명박 정부로의 교체가 결코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답니다. 결과 역시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고요.

덧붙이면 당시 정동영 후보도 싫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개인적 호불호는 이념을 떠난 문제죠. 정동영. 이번 총선에서 강남 지역에 총대를 맸죠.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 “정동영이 달라졌어요”라고 하네요. 하지만 아직 노무현을 배신하던 때 그 기회주의적 모습이 너무도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는 모쪼록 진보-보수 모두 좋은 후보를 내세워 절 좀 고민하게 만들어 줬으면 합니다.

7. 올해 총선·대선에 대해

선거철인 만큼 한 마디 또 덧붙이죠. 올해 총선과 대선의 화두는 복지죠. 진보ㆍ보수 모두가 한 목소리를 냅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시대의 요구겠죠. 다만 똑같아서야 다소 헷갈립니다. 차이점을 요약해볼까요.

박근혜 원톱이 내세운 ‘보수의 복지’는 큰 틀에서의 변화라기보다는 수혜적인 복지의 취지가 큽니다. 잘 사는 사람은 잘 살되 못 사는 사람을 절박한 곳까지 몰고가진 않겠다는 정도. 물론 정치ㆍ경제적인 민주화까지 가긴 어려울 겁니다. 대신 이명박 정권과 같이 목적달성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죠. 대신 부패한 정도가 줄진 않겠지만.

일단은 문재인이 유력한 ‘진보의 복지’는 큰 틀에서의 변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급진적인 진보와의 통합, 이른바 야권통합 때문에 한미FTA 폐지 같은 얘기도 있지만 현실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하지만 다른 부문에선 상당 부분 급진적 변화가 예상됩니다.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이 동등한 출발선에서 겨루는, 기회의 균등에 초점을 맞추겠죠. 단 정치민주화로 인해 목적달성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국민의 당장의 필요’와는 무관한 정책이 나올 수도 있고요. 노무현 정권 때 그랬듯. 대신 부패한 정도는 줄겠죠? 물론 마냥 청렴결백할 수만은 없겠지만.

자, 여러분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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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욱
책을 읽고2012.03.30 08:34

 

-봉하일기. 노무현 외 지음. 김경수 엮음. 2012년. 부키.

어제 오후. 출장 가는 길에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마침 옆에 앉은 선배가 자신이 정치부로 파견을 가 봉하를 찾아 노제를 지내던 때를 말한다. 이 책을 보여줬다. 선배는 말했다.

“아…. 이 책. 보면 또 눈물 날 것 같은데….”

맞다. 봉하일기는 그런 책이다. 2008년 ‘노간지’를 기억하고 있다면 대개는 눈물이 돌 것이다. 나처럼. 가서 본 사람은 오죽하랴.

책 자체는 ‘전원일기’를 보는 듯 하다. 총 16편의 일기. 노무현이 봉하마을 방문객에서 했던 얘기, 홈페이지에 썼던 글, 농사꾼으로 변신했던 비서관들의 마을 탐방기가 16차례 이어진다.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하루에 5~6차례 방문객을 맞았던 그의 말을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올린 까닭에, 읽고 있노라면 어느덧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장군차를 심는다. 마을 환경봉사 활동에 나선다. 오리농법을 이용한 농사에 나선다. 마을의 명물 봉화마을을 소개한다. 진짜 시골 할아버지다. 워낙. 많은 사람이, 끊이지 않고 찾아오는 통에 마음껏 나다닐 수 없다는 점이 다르지만. 마을 아지매들의 증언이 이어진다.

책 속, 깨알같이 많은 사진이 그 때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전한다.

씨발. 정치 얘기도 한다. 가끔. 민주주의 2.0이란 사이트 만드느라…. 그걸 정치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2008년 연말. 이명박 대통령이 기록물 등을 걸고 넘어진다. 편지를 쓴다. 이후 노무현의 공식 발언은 사라진다. 검찰 조사가 시작된다. 시골 노인네는 ‘아방궁에 사는 전직 대통령’으로 변모한다. 마치 요트가 취미인 변호사가 월간조선에서 ‘호화 요트’를 가진 귀족 노동변호사로 변모했듯.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정치인, 전직 대통령이 시골 노인네를 가장해 '정치'를 했다는 시각. 이명박의 시각. 잘못한 게 있어 받은 검찰 수사라는 시각. 그리고 자살로 모든 잘못을 덮었다는 시각. (노무현 측근이) 그런 상황을 배제한 채 이 책으로 모든 잘못을 덮고, 이번 총선에서 이득을 보려 한다는 시각.

하지만 내 상식으론 받아들일 수 없다. 그 시각들. 그만큼 약자를 위해 노력한 대통령이 있었는가. 미숙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그만큼 깨끗했던 대통령이 있었는가. 약간의 흠결은 있었다 하더라도. 진짜 나쁜 놈은 안 죽는다. 수치심도 없기에. 떡검의 요란한 정권 꼬리치기, 새누리당당의 '우린 이명박이 아니다, 우린 한나라당이 아니다' 물타기도 역겹다.

무엇보다 전직 대통령의 귀농이란 아름다운 선례를 남일 기회를 우린 잃고 말았다!

그저 한 시골마을 이야기다. 그런데 분노가 치미는 건 어쩔 수 없다. 불의를. 지켜보고만 있는 스스로에 화가 난다. 눈물이 핑 돈다. 편파적인 시각이라 해도 별 수 없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나는 어떤 의미에서든 이명박을 용서할 수 없다. 검찰을 용서할 수 없다.

그의 봉하마을 농촌부흥 사업은 여전히 잘 진행되고 있을까. 노간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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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욱
책을 읽고2012.01.13 09:44

-문재인의 운명. 문재인. 2011. 가교출판.

 

'운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 중 한 글귀다. 그의 일생으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결정됐다. 문재인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안철수 원장이 대세론에 앞서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됐다. 그가 자청타청 본인의 운명과 그가 반평생을 걸쳐 함께 해 온 노무현의 운명을, 운명이라는 이름의 책으로 풀어냈다.

 

그 날 아침. 토요일 새벽. 나도 기억하고 있는 그 날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유 모를 눈물이 쏟아지려 했다. 올해 두 주인공, 반 이명박과 친 노무현의 기치를 내건 선거가 시작된다. 이 또한 운명일 터.

 

눈물을 닦고. 한 달음에 읽어 내려갔다. 북한서 맨몸으로 넘어온 가족의 어린아이. 데모하다 감옥까지 간 법대생. 그래도 사법고시는 합격한 수재. 그가 문재인이다. 당시 사시 합격자가 으레 그렇듯 판사가 되려던 그는 데모 경력으로 의외로 임용에 탈락, 고향인 부산에 내려간다. 변호사 사무실이나 차릴 요량으로. 그리고 독특한 인권변호사 노무현을 만난다. “그와의 인연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문재인은 그와 함께 변호사사무실을 꾸려나간다.

 

“인권사범을 몇 건 맡다 보니 인권변호사란 이름이 붙었고, 인권과 관련한 사건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그만큼 돈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보통의 선의와 상식을 가진 그네들의 옛 얘기. 문재인은 담담히 토로한다. 노무현이 본격 정치판에 뛰어든 이후 때론 같이, 때론 떨어져서 둘의 동행을 이어간다. 노무현은 결국 대통령이 된다. 문재인도 운명처럼 청와대에서 일하게 된다. 5년 임기 중 4년 가까이 여러 직책을 맡는다.

 

“변호사 때보다 돈은 적게 벌었다. 부산 집을 팔고 나니 서울에 전셋집 하나 잡기 어려웠다. 반대로 일에 대한 압박은 너무 컸다. 쉬고 싶어 1년 만에 퇴직을 요청하고, 무작정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는 청와대 시절 느낀 이모저모를 이 책을 통해 말한다. 한미FTA 추진, 이라크 전쟁 파병 등에 대한 진보의 완고함에 아쉬움을 표한다. 또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한 더 나은 대책을 내놓을 수 없었음을 아쉬워 한다. 다방면에서 권위주의를 타파한 것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느낀다.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가 권위를 내려놨다. 검경수사권 등 못다한 과제에 대하 아쉬움도 토로한다. 그게 결과적으로 자신을 옥죄는 결과를 놓았지만.

 

얘기는 퇴임 이후로, 봉하마을로 넘어간다. 그의 서술이 거칠어진다. 담담한 그의 문체도 안타까움, 분노를 감출 순 없다. 그리고 그는 서울시장 경선 참여를 위해 사퇴한 한명숙 전 총리에 이어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게 된다. 운명처럼.

 

그가 왜 대선 후보로 불리우는 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정치인이 쓴 책이란 늘상 감가상각 하고 봐야 한다. 다만 이 책은 여느 정치인의 책과 달리 의도성이 옅다책을 읽는 과정에서 ‘아, 이 사람이다’란 생각을 들게 한다. 자연스레. 지금껏 못 본 고도의 정치 수단이거나 진짜 순수한 거다. 대권?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려던 바를 알고, 이 정권이 가졌던 단점, 요컨대 미숙함에 대해서 안다. 폭발적 열정을 가슴에 숨겨둔 채 한없이 침착한 모습이다. 이 정도면 야권 후보로는 충분하다. 물론 그가 원치 않는다면 별 수 없지만. 하지만 문재인, 운명이라면 나설 거다. 막말로 주위에서 등 떠민다면 또 몸을 던질 거다. 운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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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욱
일기장2011.11.23 00:14

글쓴 후 기사를 찾아보다보니 제가 쓴 글과 달리 '날치기'란 말 들을 만도 하네요. MB 귀국, 야당 주요 수뇌부 다른 일정 때문에 나가있을 때 잽싸게 벌어진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편법이 없었다면 야당의 의장석 점거가 있었을테니 '충돌' 아니면 '날치기' 중 선택은 불가피했겠죠. 따라서 제 글의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미FTA가 통과된 22일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휴가를 맞아 가급적 뉴스를 피하는 저도 알 정도니까요. 여당의 날치기에 야당의 최루탄까지. TV,인터넷,라디오 모두 이 뉴스로 떠들썩합니다. 하지만 이번 한미FTA 통과는 야당 성향이 농후한 저도 반대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관심 있으시면 제 의견 보시고, 좋은 말씀 해주세요.

◆찬반이 바뀐 촌극= 2000년대 중반 고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FTA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사실상 현 민주당)도 이를 지지했습니다. 5~6년쯤 지났나요. 지금은 정확히 반대로 변했습니다. 정동영,유시민 등 당시 여당 수뇌부들이 ‘그땐 잘 몰랐네’라며 궁색하게 입장을 바꿨습니다. 자기부정입니다. 재협상으로 인해 노무현 때와 지금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주장도 어폐가 있습니다. 재개정 내용에는 지금 국치다 뭐다 해서 논란이 되는 내용은 없거든요. 제가 알기론. 주요 지지기반인 농민의 피해를 생각하면 민노당의 결사반대는 이해합니다. 그 때도 줄곧 반대를 외쳤고요.

한나라당도 변하지 않았냐고요. (현 야당 입장에선) 아쉽지만 아닙니다. 한나라당은 야당이던 그 때도 찬성했습니다. 왜냐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뻐서 그런건 물론 아니죠. 한나라당의 지지층인 보수층은 한미FTA와 상성이 맞았거든요.

한미FTA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계승한거고요. 아이러니하죠. 이를 현 정권의 물타기라고 비난하는 분도 계시지만, 근거는 약하다고 생각해요.


◆날치기를 유도했다=
‘날치기’란 건 박정희 대통령의 재집권 등 군사독재의 단골손님으로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 그 당시에는 그랬습니다. 부정투표로 다수당이 되고 거기서 새벽에 날치기 통과까지 하니 대화란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지금은 군사독재가 아닙니다. 최소한 부정투표는 없죠. 후보의 ‘감언이설’은 있을지언정.

그런 의미에서 이번 법안 통과를 과연 그때와 같은 ‘날치기’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한나라당은 투표 결과 합법적으로 다수당이 됐고 형식적으로나마 야당에 한미FTA와 관련 계속된 대화 노력을 이어갔습니다. 한 의원이 야당에 대화하자며 단식에 들어간 걸 기억하시나요.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려 하고, 핵심 쟁점이던 ISD와 관련 ‘통과 후 재논의’란 타협안을 내 놓은 걸 기억하나요.

대화하자는 포즈만 취한 한나라당도 가식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화 자체를 거부한 야당도 이번 법안통과를 ‘날치기’라고 비난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날치기 통과 유도-> 국회 파행-> 레임덕’으로 이어지게 하는 정치적 노림수가 있지 않나 의심하게 됩니다. 물론 줄곧 반대해 온 민노당은 예외겠죠.

◆원래 불평등했다= 글을 쓰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니 ‘(한미FTA 반대파들이) 그보다 앞서 체결한 한EU FTA는 왜 반대 안했냐’는 얘기도 있네요.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선 한미FTA가 더 깊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정치적 효과가 훨씬 더 크다고 합니다.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따라서 위험성도 더 높죠. 한미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이해합니다. 저 스스로 두렵기도 하고요.

그러나 굳이 FTA를 맺지 않더라도 이미 그 위험성은 존재합니다. 미국이 2009년 리콜이다 뭐다 해서 일본 도요타를 공격했듯 현대기아차를 공격한다면 배겨낼 방법이 없습니다. 굳이 조약 나부랭이를 꺼내들지 않더라도 이미 미국은 갑이요 한국은 을입니다. 그럴 거라면 우리도 이를 명문화 해 놓고 갖지 못할 건 버리더라도 가질 건 취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FTA 법안 역시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거라고 믿습니다. 현 정권이 아닌 전 정권을 신뢰하는 입장에서.

미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어떻냐고요. 이상론입니다. 한국이 미국을 배제하는 순간 중국은 우리를 껌딱지 보듯 할겁니다. 북한을 볼모로 잡아 우리를 전후좌우로 흔들게 불 보듯 뻔합니다. 대의가 아닌 실리를 취해야 합니다. 태평양 건너 큰 악당(미국)이 있고, 바로 옆 큰 악당(중국)이 있습니다. 둘 다 우리를 못 잡아먹어 안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로썬 두 악당이 치고받는 걸 이용해 잘 살아가야 합니다. 그게 중소국가가 생존하는 만고진리의 법칙입니다.

◆그래서 어쩌라굽쇼= 이득은 극대화하고 피해는 최소화해야죠. 피해예상산업에 대해 정부는 최고 수준의 보호책을 마련해야죠. 수혜를 입는 부문과 피해를 입는 부분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이를 처음 추진했던 현 야당과 이를 통과시킨 현 여당은 머리를 맞대고 사후대책을 논의해야 합니다. ISD 같은 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 - 기업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거나 우리 기업이 미국 주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 가능성을 상정한 대책 –도 마련해야겠죠.

어차피 찬성도 해보고 반대도 해 본 한미FTA, 파행보다는 사후책을 논의해야죠. 물론 이런 가운데서도 민노당은 계속 반대해야죠. 저항해야죠. 이들의 압력은 결국 농민 등 소외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긍정적인 역할로 나타나리라 믿습니다.

대개 초등학생들의 싸움은 답이 없습니다. 논리도 없습니다. 끝도 없고, ‘윈윈’이란 개념은 더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어른들끼리의 싸움입니다. 엎질러진 물은 닦고, 찢어진 상처는 봉합하고, 합의할 건 합의하고 해결되지 않는 건 법과 민주주의에 호소해야죠. 답 없는 싸움은 이제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 일반 시민들은 뭐 할까요. 자기 주장을 대변해 줄, 우리가 낼 세금을 소중하게 사용해 줄 대표자를 스스로 뽑아야죠. 요컨데 투표로 보여주면 됩니다. 역시 '날치기'로 인식되고 있는 노무현 탄핵은 합법적이었지만,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이 탄핵을 우리 국민은 투표로써 주도세력 한나라당에 '철퇴'를 내린 바 있죠.

자신도 투표하고 주변 사람들의 투표도 독려하고. 투표합시다. 국회의원들이 어깨 힘주고, 공무원들이 월급받고, 기자들이 종횡무진 취재하는 거, 다 우리 평범한 국민이 낸 세금과 국민이 위임한 권리입니다. 우리가 사장이고 이들이 부하직원이란 말입니다. 좋은 부하직원 뽑는 거 포기하면 그 사장은 이미 자격상실이고, 그 회사는 볼장 다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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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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