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2012.05.04 13:03

 

-안철수·박원순의 正體. 조갑제. 조갑제닷컴. 2011년 12월.

조갑제. 반골 기자 출신으로 이미 보수의 '상징'처럼 돼 버린 조갑제닷컴의 대표. 보통의 젊은 층에는 '보수 꼴통'의 대표주자, 보통의 노년 층에는 '애국 기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의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이번 타깃은 박원순. 안철수는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던 당시를 감안해 중간에 추가한 듯 하다.

'조갑제'라는 이름에서 기대하던 그 내용이다. 부제 격인 '계급적 증오심을 분쇄할 진실의 의분심'이 잘 말해준다.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약점을 낱낱히 파헤치고 있다. 그리고 책 중 약 6분의 1을 할애해 안철수의 단점을 파헤치고 있다.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어 보인다. 보수 논객 변희재, 국회의원 강용석,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 등이 지적한 내용, 그 밖에 다양한 언론보도를 인용해 그 동안의 의혹들을 망라했다.

박원순이 몸담았던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의 자금 모금 방식이 '대기업 협박'이었으며, 이들 자금 상당수가 '친북 단체'에 지원됐다는 점, 스탠포드대 학력 위조, 병역 면제, 대기업 사외이사 재직 및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며 대기업 사업 수주를 도맡은 점, 딸의 서울대 예체능->법대 전과 등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그리고 시장 전후로 언론에 공개된 그의 발언과 행보가 종북적이며, 반 국가적이며, 위선적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서울시장 당시 박원순 캠프에 몸담았던 조국, 유시민, 이정희, 한명숙, 이해찬, 손학규, 김근태, 문성근, 이인영, 우상호, 김상근, 김기식, 송호창, 조광희 등에 대해서도 주요 발언과 행보를 소개한다.

안철수에 대해서는 그의 정치적 가치관을 파악할 만한 발언이 없다는 자체를 문제삼는다. '부유하게 자라 운동에 무관심했던 지식인의 때늦은 죄의식'이라고 혹평한다. 그의 멘토로 꼽히는 박원순, 김제동, 김여진, 법륜, 윤여준 등의 발언도 문제삼는다. 정부를 비판하면서 정부의 일을 한 점(청와대 산하 미래기획위원회), '무릎팍도사'에 나와 전 직원에 주식을 기부했다고 했는데, 사실은 1.5%에 불과하며, 당시 벤처기업이 대기업으로의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대부분 이런 방식을 취해왔다는 점, 정치를 위한 '기부'를 했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요새 젊은이들에 대해 쓴소리도 잊지 않는다. 대기업만 좆으며 청년 백수라며 죽는 소리만 하고, 주적인 북한에 대한 관념이 없으며, 정치인과 언론이 이에 동조해 좌경화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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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 때문일까. 전체적으로 비판을 위한 비판이란 생각이 든다. 가령 고 김근태의 숙부와 세 형 모두 월북했다는 건 사실이지만,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종북인사라고 단정짓는 필자의 태도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박원순 시장더러 '협찬 인생'을 살아왔다고 하고, 안철수 원장이 정치적 현안에 대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백치'로 몰아가는 건 과장이 아닐까.

그의 '종북 타령'에 거부감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북한의 비인권을 차치하고,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친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사람들의 '의심'도 무조건 매도해선 안 된다. 앞선 정권 때 분명 북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지 않았나. 정권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아 고문한 일이 있지 않았나. 국가의 정체성을 바로세우는 건 좋지만,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예우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무조건 종북이라 매도할 건 아니다. 국가보안법이 사라진다고 나라가 망하는 건 아니다.

의외로 공감되는 부분도 있다. '진보해야 멋진 청년', 보수를 무조건 '몰상식'으로 여기는 요즘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점이 좋았다. 한 번쯤은 아버지 세대가 단순히 세뇌당한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보인 당신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판단과 경험에 의해 보수가 됐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 책에도 약간의 답이 나와 있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의혹도 나온다. 인테리어 사업 초보인 박원순 시장의 부인이 현대모비스 같은 대기업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압력'이 없었다면 거짓말 아닐까.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치적 견해' 없는 대통령 후보, 안철수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선배 기자로서 본받을 만한 점도 있다. 팩트다. 그는 어쨌든 팩트에 충실했다. 주장하는 바를 나열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발언자와 출처를 명확히 했다. 불리한 정보도 가급적 함께 제공했다. 그럼으로써 이 책에 대한 비판도 가능케 하고 있다. 주장에 대한 찬반을 떠나 합리적인 방식이다. 팩트와 팩트의 나열만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일 쯤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조차 없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스스로 진보라 여긴다면 조갑제의 책을 한 번쯤 꼼꼼이 읽어보길 권한다. 비단 이 책이 아니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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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욱
정치 이야기2011.11.10 05:16

이 글을 지우는 대신 서문에 부연합니다. 웬지 지우면 제가 짊어져야 할 질타를 피하는 것 같아서요. 본문 속 글은 진짜 강용석 의원의 아버님을 탓하자는 게 아니오, 앞선 서울시장 당시 강 의원이 안철수 교수나 박원순 당시 후보에 대한 의혹제기가 과하다는 걸 역설적으로 지적하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옳지 못했다는 게 지금의 제 생각입니다. 어거지도 있었고요. 늘상 느끼지만 글, 기록이란 무섭습니다. 이번 기회에 이럴 깨닫고, 미력하나마 더 신중하고자 할게요. 이상입니다.

강 의원님께서 요새 안철수 등등 타인의 의혹제기에 활발하신 거 같아 검색하던 차에 강 의원 스스로의 이력에 이상점을 발견했습니다.

하버드대에 학력조회를 요청한 건 아니고요. (하는 법도 모르고..) 제가 의심스러운 건 전과 20범인 부친 탓에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성적이 됐음에도 검사 임용하지 못했다고 한 부분입니다.

<‘사시합격’ 강용석, 교도소 수감 아버지 탓 판사 좌절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00721010305230680020

기사 내용을 보면 '아버지에 발목이 잡혔다'고 하네요. 실제 강 의원은 자신의 후보시절 홍보 영상에도 '아버지 때문에 검·판사가 되는 걸 포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그런데 궁금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3조 3항에는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연좌제금지]는 조항이 있거든요, 아시겠지만.

좀 더 찾아보니 실제 공무원, 경찰, 검·판사 등 공무일을 보는 모든 실무에서도 본인의 전과가 아닌 이상, 어떤 불이익도 줄 수 없도록 돼 있더군요.

물론 말만 그러고, 검사 정도면 가족 뒷배경 조사 정도는 할 수 있었겠죠. 비록 그게 '불법'(실제 본인 이외의 신원조회는 불법이기도 하고)일지라도. 하지만 예외 사례는 이미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결론은 강 의원이 실력이 안 되서 떨어져 놓고 아버지 탓을 했던지, 다른 이유가 있던지 중 하나겠죠.

하지만 장학퀴즈 장학금-경기고-서울대-사시 합격-하버드대-국회의원이란 화려한 프로필을 보면 실력은 부족하지 않았을 듯 한데요. 물론 사시 합격자 모두 쟁쟁한 '암기력'을 갖추고 있었겠지만. (시험 합격을 위한 암기력과 올바른 판단을 하는 지적 능력은 별개) 혹시 아버지의 범죄가 아들의 검사 입성에 어떤 장애가 될 정도로 중한 건 아니었을까요.

일단 언론보도 및 강용석 의원 본인의 언급 등을 종합해 보면 그의 아버지는 전과 20범에 교도소를 자주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죄목은 뭐였을까요. 찾을 수 없더군요. 검색하다보니 디씨인사이드에 '횡령'이라는 얘기가 있더군요. 그런데 이건 믿을 수 없으니 차치하죠. 신뢰할 만한 정보는 없었습니다.

다만 프로필과 인터넷 상의 글을 대조하다 보니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언론과 인터넷 글을 종합하면 그는 '마포 못 사는 동네서 살다가 어머니의 향학열로 경기고에 갔다. 장학퀴즈 장학금으로 간신히 대학 학비를 마련해 서울대에 갔다'고 했죠. 하지만 이상했어요.

일단 프로필을 보시죠.


신석초는 마포에 있습니다. 다만 당시 마포가 못 사는 동네였다? 갸우뚱합니다. 더욱이 중학교는 잠실 신천중. 이 곳은 1980년대 초 당시 아파트가 들어서고 올림픽을 개최한다 하여 나름 안정적 수입이 있어야만 들어올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당시 고교평준화가 실시된 만큼 경기고 등 '이전 8학군'으로 오려면 최소한 잠실은 와야 한다는 생각에 이 곳에 왔겠죠.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터인데요. 장학퀴즈로 대학 등록비를 마련했다는 건 단순 효심일 순 있어도 최소한 못 살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이 가정이 사실이라고 하면 '아버지가 수시로 감옥에 드나드는 20범인데 못 살진 않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더욱이 '판·검사 임용에 지장을 가게 했다'면, 과연 어떤 범죄였을까요.

그리고 흑색·비방선전이 난무하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왜 이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을까요. 제가 기억하기론 노무현 대통령 선거 당시 그는 '부인의 조부가 월북했다'는 이유로도 공세의 대상이 됐었는데요. 그가 앞으로 좀 더 책임있는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이 문제도 제기될 순 있겠죠.

각설하고, 요약하면 그는 선거 때부터 아버지 탓에 판·검사를 못했다고 하는데, 그런 법률이 없어 당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선거 때 이를 주제한 영상까지 쓴 모양이니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현 판·검사 임용체계가 헌법을 위반하고 있던지. 선거법 위반까진 모르겠습니다만.

한나라당 복당, 국회의원 재선.. 어떤 이유에서인지 강 의원은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교수를 비판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습니다. 뭐, 이건 그의 말마따나 정당한 문제제기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정당하기 문제제기 하겠습니다. 세금을 별 문제없이 내고 있는 한 시민으로써, 유권자로써, 당신은 정녕 아버지 탓으로 판·검사에 임용하지 못한 것입니까. 그렇다면 당신의 아버지는 법으로도 허용하고 있는 임용에 실패할 정도로 중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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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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