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2014.09.29 02:58

나 있을 때 한번 와.’

 

올 봄 반년 동안 영국에 파견근무 중인 친구가 저를 초청했습니다. 저와 친구, 영국에 있는 친구 세 명은 합심했죠. 카톡 채팅방에서 계획을 짰고, 결국 지난 추석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다녀왔어요.

 

솔직히 좀 힘들긴 했어요. 역시 여행은 사서 고생…. 출장을 빼면 태어나서 가장 먼, 가장 오랜 여정이었어요. 발다리가 팅팅 부었다는….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즐겁고 유익한 기억. 개인적인 고민도, 일도 잠시 잊었죠. 이를 기념하고 나누기 위해 블로그에 체험기를 연재해볼까 해요.

 비행기 오르는 중. 외국 항공사 비행기는 어느 공항이든 찬밥 신세라 공항에서 바로 못타고 이렇게 버스 타고 움직여서 타야 한다는.

늘 그렇지만 10시간이 넘는 비행기 여행은 힘들어요. 다리도 퉁퉁 붓고..

 

유럽까지 가려면 오가는 데 하루 24시간은 꼬박 걸리죠. 비행기값도 100만원이 훌쩍 넘고. 가능한 한 최대한 길게 잡아야 했어요. 그러나 직장인이 길게 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 저흰 추석 연휴를 이용했죠.

 

추석 연휴가 낀 9 5~13일. 두 번의 주말(4)과 추석 3일에 (여름)휴가 3일을 묶어 열흘의 연휴를 만들었고 그중 9일 동안 다녀왔죠.

 

싸고 좋은 비행기표를 찾는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웹서칭 어마어마하게 했죠. 알고는 있었지만 비행기표는 정가가 없다는 걸 새삼 실감.

 

국내 항공사 직항편은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내고, 외국계 항공사 경유편으로 눈을 돌렸죠. 그런데 같은 경유라도 공항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는 건 죽음이죠. 최대한 싸되 경유시간 너무 길지 않은 걸로.

 

단체 여행은 사전 예매·일정조율이 생명

  

항공권은 예매가 빠를수록 싸다네요. 저희도 한달 전쯤 알아봤는데 이미 표가 동난 것도 있더라고요. 여름 휴가시즌은 지났지만 추석 연휴인 까닭에 저희처럼 가는 수요도 꽤 있었을 듯.

 

인터넷을 뒤진 결과 142만원짜리 아에로플로트(AEROPLOT, 러시아항공사) 왕복 항공권으로 결정! 가는데 16시간15, 오는데 13시간35. 모스크바 공항에서의 경유시간 각각 3시간10분과 1시간45. 이정도면 괜찮다 싶었죠. 더 싼 것도 있었는데 두 번 경유, 경유시간 6시간.. 뭐 이런 식이어서 포기.

 

결과적으론 운도 따랐어요. 올 때 모스크바에서 환승하는데 러시아항공사 일정에 빵꾸가 났는지 왜인지는 몰라도 대한항공을 타고 왔어요. 자리도 좋았고.

 

그런데 환승 공항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요. 갈 때 3시간10분 환승대기한 모스크바공항 안은 전체가 금연이더라고요. 저같은 애연가에게는 고문ㅠㅠ 그래서 포도주 한병 깠다는.. 원래는 러시아=보드카를 생각했는데 공항 안엔 보드카가 없더라고요. 못 찾은 건지.

 

대한항공 기내식. 아래 에어로플로트 기내식 사진도 올렸지만.. 기내식은 역시 고추장 담뿍 비빔밥이 최고!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단체 여행은 사전 예매와 동선·일정 조율이 생명이더군요. 서로 가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 취향이 다르니까. 저희도 영국에 사는 친구를 영국에서 보자는 게 원래 목적이였는데 영국이 싫다는 친구가 있어 이탈리아가 추가됐고요, 이탈리아에서도 남부 나폴리(아말피)파와 북부 피렌체파가 갈려서 절충해야 했죠.

 

치열한 조율 끝에 영국 2(런던 외곽 1, 런던 시내 1), 이탈리아 4(피렌체 1, 나폴리~폼페이~아말피 2, 로마 1)을 더한 6일 여정이 확정됐죠. 세부 일정도 다 짰어요.

 

참고로 통상적인 여정은 아니었어요. 북유럽 영국하고 남유럽 이탈리아만 묶어 가는 일도 많지 않거니와 이탈리아 안에서도 북부인 피렌체와 남부인 나폴리를 찍은 것도 통상적이진 않았죠.

 

이미 지난 다음 얘기지만, 이탈리아 북부라면 베네치아-피렌체-로마, 거기에 패션의 도시 밀라노를 끼워서 한 코스가 되겠고, 남부 위주라면 시칠리아 같은 섬과 나폴리(피렌체)를 한번에 둘러보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취향 따라 조율하는 거고요.

 

저를 뺀 2명이 여행 마니아다보니 준비는 놀라울 정도로 착착 진행되더라고요. 출발 전 돈 들어가는 건 이미 대부분 예매를 마치고 몸만 훌쩍~.

 

저는 예매 문화가 익숙치 않았던 탓에 이역만리 땅 생면부지 사업자에 한달 뒤에나 이용할 서비스의 요금을 미리 지불한다는 게 당최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예매 안했으면 아예 못했을 것도 꽤 있었어요. 무작정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길지 않은 휴가,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이것저것 예매해 가는 게 좋겠더라고요.

 

‘68일 유럽 여행비용은 350만원

 

6박8일 유럽 여행비용은 총 350만원 들었습니다. 호화판 여행은 아니었지만, 아주 아끼려기보다는 적당히 쓸 생각이었다는 점 참고.

 

큰 단위의 이동에 18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인천에서의 왕복 항공권(142만원)에 런던(영국)~피렌체(이탈리아) 편도 항공권 36만원, 피렌체~나폴리(이탈리아) 기차표가 약 75000원 등등….

 

이탈리아에서의 4일 숙박비는 총 33만원. 영국은 친구네 집이 있었으니 공짜였고, 피렌체 한국인 민박이랑 이탈리아의 작은 민박집 1박이 130~140유로씩( 18만원, 1인당 6만원), 아말피 인근의 글램핑장 1박이 약 31만원(1인당 10만원)씩 들었죠.

 

나머지 137만원은 이래저래 썼어요. 뮤지컬이다 재즈다 공연 보는데 20만원, 렌터카 4일 빌리는데 50만원(1인당 17만원), 식비랑 소소한 이동에 하루 10만원씩 총 60여만원 정도 쓴 것 같아요. 이렇게 100만원 정도 나갔고요,

 

영국 카지노에서 블랙잭하다가 100파운드( 17만원) 정도 잃었고, 이탈리아에서 100유로( 13만원)짜리 지폐 하나 잃어버리고(도난 아닌 단순 분실) 하느라 총 30만원 추가로 나가고….

 

다른 친구들도 저랑 비슷하게 쓴 듯해요. 친구들은 카지노도 안 했고 돈도 안 잊어버렸지만 이래저래 선물 샀거든요. 전 해외출장이 많기에 선물·기념품은 생략.

 

비율로 보면 이동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60%로 가장 많고, 숙식에 약 20%, 관광과 여흥에 들어가는 돈이 20% 정도 들었네요. 다시 한번 느끼지만 이동할 때 가장 목돈이 들어가므로, 기왕 멀리 여행을 간다면 거기에 최대한 오래 머무는 게 이득일 듯합니다.

 

환전 영수증. 담번에 비슷한 규모의 여행을 한다면 좀더 적게 환전!

 

참고로 환전은 300파운드(50만원), 730유로(100만원)를 더해 총 150만원어치 해갔는데, 사전에 예매를 많이 해 놔서 300유로(40만원) 남았네요. 외화 사고팔 때 수수료가 3~4%는 되니까 최대한 딱 맞춰 가는 게 좋겠죠? 비자카드도 하나 만들어간 덕분에 현금은 더더욱 쓸 일이 없더군요. 비자카드나 마스터카드 둘 중 하나 있으면 웬만한 곳은 카드결제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듯해요.

 

더 자세한 여행 이야기와 사진은 1~2일에 한 번씩 총 10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유럽여행 갈 계획이 있는 분은 참고하시길!

 

러시아항공 아에로플로트 기내식 모음

 

러시아항공 아에로플로트 기내식 모음

 

러시아항공 아에로플로트 기내식 모음

 

 

 

대한항공의 아침 기내식 오믈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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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욱
책을 읽고2014.09.16 05:16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이 주연한 타짜 1편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져서일까. 타짜2(타짜 -신의 손)의 평가가 별로 안 좋다는 얘길 들었다. 물론 지금까지의 기록으로는 빅뱅의 탑, 신세경을 위 쟁쟁한 배우와 견주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가볍다. <써니> <과속스캔들> 같은 비교적 가벼운 흥행영화를 만들어 온 강형철 감독도 웬지 중량감이 떨어져 보인다.

 

그런데 김세영, 허영만 원작의 타짜 1~4부를 못해도 100번 이상, 타짜의 모티브가 된 48+1까지 본 허영만 마니아로써, 결과적으로 타짜2가 원작에 훨씬 충실해 보인다. 그리고 더 재밌다.

 

1편을 보고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재미없었단 건 아니다. 다만, 원작과 느낌이 달랐다. 한국전쟁 직후,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1편의 시대적 배경은 둘째치고라도, 캐릭터의 성격도 달랐다. 원작과 같으란 법은 없지만, 만화 속 캐릭터보다는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이란 배우 그 자체의 느낌이 너무 강했다. 원작에서 순박했던 주인공 고니는 너무 극단적으로 타락했고, 타락한 평경장은 너무 도덕적으로 비춰졌다. 닳고 닳은 여편네 정마담도 김혜수라는 옷을 입고 너무 세련된 사기꾼으로 변했다. 물론 그 나름대로 재미있었지만, 원작을 어떻게 구현했을까 기대한 만화 마니아로썬 아쉬웠다.

 

크라이막스는 만화 타짜 1부에서 가장 멋진 장면, 고니가 동료 고광렬의 죽음, 아귀와의 승리 후 도박을 끊고 개과천선한다는 내용이 영화에서는 빠졌다. 오히려 고니는 타락할대로 타락한 채 죽어버린다. (수정: 죽진 않죠. 해외도피해서 카지노를 전전하는 뉘앙스로 끝나죠ㅎ)

 

2편은 그런 아쉬움을 날려준 좋은 작품인 거 같다. 최소한 감독과 배우 모두 '만화 원작에 충실해야지'란 생각에 사로잡힌 나처럼 만화를 100번 이상 보고, 그 만화에 동화된 느낌이 난다. 영화로써 호불호가 갈릴 순 있겠지만, 나로썬 이런 노력이 엿보이는 2편에 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역시 70~80년대라는 만화 속 시대적 배경은 90년대부터 2000년대로 다르다. 주인공 함대길이 뼛속까지 타짜로 거듭나게 된 감옥행이 없다는 것도 다르다. 그런데 그 느낌에는 충실하다. 빠르게 지나가는 함대길과 우사장(이하늬)의 베드 신은 마치 만화 속에서 화투의 그림을 형상화 한 정사 씬과 오버랩되고, 광숙이(신세경)와의 첫만남, 사랑한 끝에 칼로 손등을 찍는 장면 등은 만화와 '따로 또 같이' 비슷한 느낌을 구현한다. 가장 큰 줄거리상의 변화, 감옥에 갔다오지 않은 부분도 광숙이 오빠 광철이(김인권)의 감옥에서의 생활로 얼추 틀을 맞춘다.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이미 만화를 본 상태에서 영화화를 즐기려는 사람에게는 꽤나 자연스럽다.

 

영화평론가들이 함대길의 연기가 가볍다고 하더라. 그런데 함대길이란 캐릭터는 원래 가볍다. 아니, 허영만의 만화 그 자체는 무겁지 않다. 해학이 넘친다. 그 해학 속에 '심쿵'하는 깊이가 담겨 있다. 타짜1편의 진지함은 마치 이현세의 만화를 보는 듯했다. 허영만에게는 오히려 이런 유쾌함이 더 어울린다. 어떻게 영화 속 캐릭터 하나하나가 이렇게 만화 속 캐릭터를 빼다 닮았는지.. 감독, 스텝, 배우 모두 고생했다.

 

'마른 오징어에서 엑기스를 짜내는' 똥식이 곽도원의 징글징글함도 영화 속에 잘 묻어난다. 영화에서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것 빼곤, 만화를 그대로 살려냈다. 배우의 무게감을 훌훌 벗어던지고 오롯이 원작을 바라본 느낌이랄까. 아니, 배우에 무게감이 떨어지니 오롯이 원작을 바라본 걸까.

 

만화를 안 본 사람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떤 느낌일까. 나 같이 더 좋은 느낌을 받으려면 원작을 한번 보고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나저나 만화적인 요소가 가득한 3편은 또 어떤 식으로 구현될까. 그리고 너무 스펙타클해서 도저히 2시간짜리 영화로 담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4편은 어떤 식으로 표현될까. 영화화하려면 상당한 각색이 필요할텐데.. 한껏 기대를 해본다. 그나저나 만화가 허영만은 역시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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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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