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2014.09.16 05:16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이 주연한 타짜 1편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져서일까. 타짜2(타짜 -신의 손)의 평가가 별로 안 좋다는 얘길 들었다. 물론 지금까지의 기록으로는 빅뱅의 탑, 신세경을 위 쟁쟁한 배우와 견주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가볍다. <써니> <과속스캔들> 같은 비교적 가벼운 흥행영화를 만들어 온 강형철 감독도 웬지 중량감이 떨어져 보인다.

 

그런데 김세영, 허영만 원작의 타짜 1~4부를 못해도 100번 이상, 타짜의 모티브가 된 48+1까지 본 허영만 마니아로써, 결과적으로 타짜2가 원작에 훨씬 충실해 보인다. 그리고 더 재밌다.

 

1편을 보고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재미없었단 건 아니다. 다만, 원작과 느낌이 달랐다. 한국전쟁 직후,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1편의 시대적 배경은 둘째치고라도, 캐릭터의 성격도 달랐다. 원작과 같으란 법은 없지만, 만화 속 캐릭터보다는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이란 배우 그 자체의 느낌이 너무 강했다. 원작에서 순박했던 주인공 고니는 너무 극단적으로 타락했고, 타락한 평경장은 너무 도덕적으로 비춰졌다. 닳고 닳은 여편네 정마담도 김혜수라는 옷을 입고 너무 세련된 사기꾼으로 변했다. 물론 그 나름대로 재미있었지만, 원작을 어떻게 구현했을까 기대한 만화 마니아로썬 아쉬웠다.

 

크라이막스는 만화 타짜 1부에서 가장 멋진 장면, 고니가 동료 고광렬의 죽음, 아귀와의 승리 후 도박을 끊고 개과천선한다는 내용이 영화에서는 빠졌다. 오히려 고니는 타락할대로 타락한 채 죽어버린다. (수정: 죽진 않죠. 해외도피해서 카지노를 전전하는 뉘앙스로 끝나죠ㅎ)

 

2편은 그런 아쉬움을 날려준 좋은 작품인 거 같다. 최소한 감독과 배우 모두 '만화 원작에 충실해야지'란 생각에 사로잡힌 나처럼 만화를 100번 이상 보고, 그 만화에 동화된 느낌이 난다. 영화로써 호불호가 갈릴 순 있겠지만, 나로썬 이런 노력이 엿보이는 2편에 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역시 70~80년대라는 만화 속 시대적 배경은 90년대부터 2000년대로 다르다. 주인공 함대길이 뼛속까지 타짜로 거듭나게 된 감옥행이 없다는 것도 다르다. 그런데 그 느낌에는 충실하다. 빠르게 지나가는 함대길과 우사장(이하늬)의 베드 신은 마치 만화 속에서 화투의 그림을 형상화 한 정사 씬과 오버랩되고, 광숙이(신세경)와의 첫만남, 사랑한 끝에 칼로 손등을 찍는 장면 등은 만화와 '따로 또 같이' 비슷한 느낌을 구현한다. 가장 큰 줄거리상의 변화, 감옥에 갔다오지 않은 부분도 광숙이 오빠 광철이(김인권)의 감옥에서의 생활로 얼추 틀을 맞춘다.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이미 만화를 본 상태에서 영화화를 즐기려는 사람에게는 꽤나 자연스럽다.

 

영화평론가들이 함대길의 연기가 가볍다고 하더라. 그런데 함대길이란 캐릭터는 원래 가볍다. 아니, 허영만의 만화 그 자체는 무겁지 않다. 해학이 넘친다. 그 해학 속에 '심쿵'하는 깊이가 담겨 있다. 타짜1편의 진지함은 마치 이현세의 만화를 보는 듯했다. 허영만에게는 오히려 이런 유쾌함이 더 어울린다. 어떻게 영화 속 캐릭터 하나하나가 이렇게 만화 속 캐릭터를 빼다 닮았는지.. 감독, 스텝, 배우 모두 고생했다.

 

'마른 오징어에서 엑기스를 짜내는' 똥식이 곽도원의 징글징글함도 영화 속에 잘 묻어난다. 영화에서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것 빼곤, 만화를 그대로 살려냈다. 배우의 무게감을 훌훌 벗어던지고 오롯이 원작을 바라본 느낌이랄까. 아니, 배우에 무게감이 떨어지니 오롯이 원작을 바라본 걸까.

 

만화를 안 본 사람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떤 느낌일까. 나 같이 더 좋은 느낌을 받으려면 원작을 한번 보고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나저나 만화적인 요소가 가득한 3편은 또 어떤 식으로 구현될까. 그리고 너무 스펙타클해서 도저히 2시간짜리 영화로 담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4편은 어떤 식으로 표현될까. 영화화하려면 상당한 각색이 필요할텐데.. 한껏 기대를 해본다. 그나저나 만화가 허영만은 역시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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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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