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2013.11.28 19:19

‘까임방지권(까방권)’이란 속어가 있다. 네티즌은 병역기피가 만연한 연예계 풍조 속에서 군 복무를 성실하게 마친 연예인들은 사소한 실수 정도로는 비난하지 말자며 이들에게 ‘까방권’을 부여했다.


기자 세계에도 이런 문화가 일부 있다. 어려운 회사, 성실하지만 대내외적인 곤경에 빠진 회사의 사소한 흠은 넘겨 봐 주는 분위기가 있다. 2009년 이후의 쌍용차가 그랬다. 쌍용차는 당시 대규모 정리해고와 노조의 옥쇄파업으로 파산 직전에 몰렸다.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있었다. 기사는 원칙적으로 개인적 감정이 드러나지 말아야 하지만, 한줄을 쓰더라도 좀 더 애정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쌍용차가 최근 부활하는 게 내심 반갑다.


최근에는 르노삼성이 ‘까방권’을 얻은 듯하다. 신차 QM3에 대해 이례적으로 호의적인 기사가 나온다. 사전계약 7분 만에 첫 물량 1000대가 모두 팔렸다든지, 수입차인데 가격이 2000만원대 초중반으로 싸다든지 하는 식이다. 지난 2년 새 판매량과 국내 점유율이 반 토막 나면서 측은지심이 작용한 듯하다.


기자는 원래 까칠하다. 평소대로라면 왜 12월 출시키로 한 신차의 공식 출시가 내년 3월로 미뤄졌는지 다뤘을 터였다. 유럽보다 훨씬 싸다고 자랑하는 호들갑도 흐지부지 넘어갔다. 사실 대부분의 유럽산 수입차는 원래 국내가 더 싸다. QM3와 동급인 한국GM의 쉐보레 트랙스는 1940만~2289만원의 가격에도 비싸다고 욕을 먹었다.


그런데 르노삼성의 모회사인 르노그룹까지 까방권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초대 르노삼성 사장을 지낸 르노그룹의 2인자 제롬 스톨 부회장은 최근 국내 공장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지금의 수출 물량도 뺏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한국 시장 점유율을 현 5%에서 10%까지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한국GM은 지난 2011년 10개 신차를 투입하고 나서야 간신히 10%에 도달했다. 그런데 르노는 현재의 단 4개 차종에 수입 신차 1종만 추가해 놓고 이를 달성하라는 것이다. 그나마도 마지막 수입 신차 QM3는 물량도 못 대는 상황이다. 생산부족분 해소 방법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자체 개발·생산이 아닌 위탁생산이다. 당장 물량은 늘어나겠지만 자생력 없는 하청 생산기지로 전락하는 수순으로 비친다.


까방권도 그냥 주는 게 아니다. 병역의무를 성실하게 마친 연예인처럼 어디까지나 한국 사회에 이로워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르노의 전략은 국내 자동차 산업에 이롭지 않아 보인다. 이대로면 르노삼성의 장래는 어둡다. 기자들의 ‘까방권’에 반가워해야 할 르노삼성 홍보실에선 최근 두 달 새 8명 중 팀장을 포함한 3명이 잇달아 퇴사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윤상직 산업부 장관,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이 올 4월 열린 '2013 서울모터쇼'에서 QM3와 기념촬영하는 모습. 이땐 QM3가 수입차가 될 줄 알지 못했다. 르노삼성 제공

신고
Posted by 김형욱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