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2013.11.18 01:39

오랜 만에 축구 직관 했습니다. TV로 보는 거랑 직접 보는 거랑 사뭇 다르더군요. 축구를 잘 하거나 전문가는 아니지만, 축구를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좋아하는 만큼 후기 간단히 남기려고요.

 

 

이날 경기에서는 '원톱' 김신욱의 플레이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머리 맞추는 재주는 기가 막히더군요. 단순히 머리를 갖다대는 게 아니라 후방 손흥민, 김보경, 이청용에 정확히 떨궈주는 모습이 일품이었습니다. 자신감이 생겼는지 나중엔 머리가 아닌 발로도 기가 막히게 떨궈주더군요. 마크하던 스위스 선수는 큰 힘을 못 썼죠.

 

전 늘 '키 크고 못 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재발견했습니다. 키도 큰데 발재간도 있는.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긴 했지만 헤딩 슛, 빗맞긴 했지만 백힐 슛.. 아쉬웠지만 훌륭했습니다. 수비수 입장에선 정말 부담스러울듯. 한국의 '크라우치(영국 예전 장신 국대)'.

 

더욱이 이날 경기에선 홍명보가 우려하던 뻥 축구가 줄었죠. 가끔 김신욱을 향한 롱 볼이 오기도 했지만 뒤에 손흥민-김보경-이쳥용 라인이 받쳐주다 보니. 정확한 장면은 기억 안나지만 발패스도 좋았어요.

 

손흥민도 이름값 했습니다. 역시 골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수비수를 교란하는 모습, 역습 때 질주하는 모습은 명불허전이었습니다. 김보경과 함께 국대 발재간둥이인듯 합니다. 다만 그 역시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정도의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 기대가 너무 컸죠?ㅎㅎ

 

오늘 김보경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드리블 시도도 막혔고. 차라리 교체 투입된 이근호의 투지는 실제로 보니 더 좋더군요. 몇 번 위협적인 찬스도 만들었습니다. 결승골 어시스트도 이근호였죠. '투지는 넘치는데 못 하는 선수'라는 제 편견은 와르르. 결정력만 갖춘다면 투지는 리버풀의 루이스 수아레스 급.

 

이청용. 오늘의 주장. 골도 넣고 잘 하긴 했는데 '소녀슛'은 진짜더군요. 1대 1 찬스 한번 포함 두 번의 찬스에서 힘 없는 슛을 날렸죠. 업그레이드 할 방법 없을까요. 물론 온 몸을 이용한 헤딩 결승골이 빛난 하루이기는 했지만.

 

기성용은 잘했습니다. 킥도 날카롭고, (코너킥에서 홍정호 동점골 어시) 예전과 달리 투지도 더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멋진 태클도 하나 있었죠. 감독 비하 논란이 약이 된 걸까요. 노란 신발을 신고 나와서 멀리서도 구분하기 쉬웠습니다. 장현수와 중원 후방을 맡았는데 장현수는 모르는 선수이기도 했던 만큼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수비라인에서 제일 눈에 띈 건 왼쪽 윙백 김진수였습니다.  작았는데 엄청 빠르고 돌파력도 있더군요. 이영표의 후계자 소리를 듣는 선수죠? 이 포지션에 분데스리거 박주호도 있죠? 여긴 치열하겠네요. 두 센터백 김영권과 홍정호는 무난했습니다. '분데스리거' 홍정호는 한 골 넣기도 했고. 한 골 먹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안정적이었습니다. 스위스가 후반 들어 투지가 줄어든 것 같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우리가 압도한 경기였던 만큼 수비 능력을 체크하기는 어려운 경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용. 노란머리라서 눈에 띄었는데요. 전반 초반 실점에 관여해서 본인 스스로 좀 안타까웠을 것 같아요. 기성용에 주는 패스가 정확지 않았고, 급기야 골로 이어졌죠. 슛이 워낙 날카롭기도 했지만. 그 외에는 활발한 움직임 보여줬습니다. 이용 선수 힘내요.

 

음? 골키퍼에 정성룡 대신 김승규라는 선수가 올라왔네요. 첫 골 먹고 나서야 정성룡이 아닌 걸 알았어요. 하필 이날 경기에 앞서 정성룡이 국내 프로축구에서 실수를 했었죠? 김승규. 첫 골은 누구라도 막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코스가 완전 사각으로 잘 깔려들어와서. 후반쯤 1대 1 슈퍼세이브도 하나 했죠. 역전 분위기를 만든 순간 같았어요. 그런데 이후에 불안한 장면이 한두번 있었던 것 같아요. 기회를 더 쌓으면 큰 경기에서도 더 잘 하겠죠.

 

홍명보 감독의 전략도 손색 없었던 것 같아요. '쌍룡'은 여전히 건재했고, 손흥민-김신욱 절친의 호흡도 좋았어요. 후반 뻥축구 카드로 쓰던 김신욱을 선발 투입하고 스피디한 윤일록을 후반 투입한 것도 좋은 변화 같았어요. 손흥민 대신 나온 남태희는 제가 주목하지는 못했지만 이후 역전골이 나왔으니 활력은 불어넣은 셈이겠죠.

 

유럽 상위권에서 뛰는 선수는 손흥민 밖에 없지만, 다 각팀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며 선전하고 있는데다 국내와 일본 J리거도 정말 잘 해 주고 있는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다음 날 일본-네덜란드 전도 관심을 모았더랬죠. 일본도 정말 잘하더라고요. 일본이 바르셀로나나 스페인 같은 '티키타카'라면 우리는 독일 바이에른 뮌헨이나 이탈리아 유벤투스 같은 힘의 축구 스타일. 조만간 한 판 붙어봤으면 좋겠네요. 누가 이기든 흥미로운 경기가 될 거 같아요.

 

http://sports.media.daum.net/live/kfa/slide.html?media-id=58832&planusid=71010393&categoryId=2

(한국 대 스위스 평가전. 다음 하이라이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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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