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2012.11.12 06:00

한달쯤 전 미디어오늘이란 언론 대상 언론사 기자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시승기 믿을 수 있냐. 왜이렇게 찬양 일색이냐'며 관련 내용을 취재코자 전화하셨다고 합니다.

 

취재를 요청한 허완 기자는 본인 스스로가 기자이기에 앞서 '자동차 마니아'라고 하셨습니다. 통상 미디어오늘이나 기자협회보 같은 언론 대상 매체가 자동차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게 흔한 일은 아니죠. 같은 기자고, 이 분에게서 차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만큼 정성껏 대답해 드렸죠. 아래 기사 참조.

 

#타봤더니 좋더라? 시승기 기사 믿을 수 있나요

<2012년 10월 10일. 미디어오늘 허완 기자>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440

 

좀 무섭기도 했습니다. 허 기자에 전화가 오기 전 '자동차 기자'의 사실상 대부분을 디스하는 기사를 쓰셨었거든요. 요컨대 왜 전일 온라인엔 'K9 굴욕'이라고 나갔다가 'K9 띄우기'로 바뀌었냐는 겁니다. 일면 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나름 할 말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온라인 기사는 기사가 나간 후 내일 지면 전에 '보강'됩니다. 타사의 일이기에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굴욕'이라는 기사는 너무 안 좋은 쪽으로 기사가 몰렸고, 기아차의 지적에 일부 수긍한 해당 매체가 K9이라는 고급차의 의의를 추가한 선으로 이해해도 무방하거든요. '수정 내용이 너무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면 할 수 없지만. 역시 아래 기사 참조.

 

#기아차 ‘K9 굴욕’ 기사가 ‘자존심’으로 바뀐 이유는

<2012년 9월 24일. 미디어오늘 허완 기자>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144

 

미디어오늘의 시승기 취재 역시 이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겠죠. '언론사들이 메이저 광고주인 현대·기아차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 수년 전 한겨레와 삼성의 싸움을 기억한다면 분명 충분히 가능한 지적입니다. 요즘 같이 열악한 언론 시장에서 메이저 광고주의 눈치를 아예 보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일 겁니다. 특히 오너 일가 동향에 있어선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광고주이기에 앞서 한 개인이므로 당연히 조심해야 하겠죠. 더욱이 회사 차원에서 대형 광고주에게 있어선 더더욱 조심스럽다는 걸 굳이 부인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대부분 기자들이 신차 시승기까지 광고주에 신경쓰지는 않습니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하고 말 뿐. 현대·기아차의 경우 오히려 그 반대의 우려가 더 큽니다. 온라인 상에서의 '공공의 적' 현대·기아차를 안 좋다고 하면 그 기사의 온라인상 인기는 올라가고, 인기에 연연하는 기자는 어떻게든 트집 잡고 싶어지게 마련입니다. 더 무서운 건 제조사에 광고 등 어떤 기대를 갖고 무작정 트집을 잡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매체가 늘어나면서 '영혼 없는 시승기'도 많이 나옵니다. 그냥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을 담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조차 귀찮아서인지 혹은 시간이 없어서인지 제조사가 내준 '시승기 정석'을 거의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소비자 입장에선 전혀 도움이 안 되겠죠. 하지만 이 경우는 소수일 뿐이라 맏습니다.

 

저를 포함해 기자 대부분은 전문성 없습니다. 차를 많이 타 봤을 뿐 지식 면에선 일반 소비자와 크게 다를 것 없습니다. 이를 업으로 삼는 기자보다 실 운전자가 더 자세히 아는 게 당연합니다. 더욱이 일간·경제지 자동차 기자는 차 그 자체 뿐 아니라 자동차 회사의 경영이나 오너의 동향 등 챙겨야 할 게 많습니다. 바쁩니다. 물론 자동차 기자가 곧 자동차 마니아인 경우도 많지만, 일반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이런 보통의 사람이 주관적으로 평가를 내려놓은 게 시승기입니다. 전문가의 절대적인 평가를 원한다면 전문가의 평가를 들어야지, 온라인 상에 숱한 자동차 기자들의 시승기만을 봐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참고 정도죠. 기자 수십명이 시승기를 통해 '대체로 이렇다'고 하니 '대체로 이렇겠군'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정도죠.

 

특히 시승차를 빌려서 꼼꼼히 타 본 게 아니라 단순히 1~3시간 시승행사 만으로 차를 평가한다는 건 전문가로서도 어려운 일이죠. 그렇게 타 보고 감히 "이 차는 최악이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 그를 거짓말쟁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볼 것 만은 아닙니다. 여전히 많은 기자들은 열정을 갖고 시승기를 쓰고, 이를 고객에 전달하고자 합니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좋은 내용은 무궁무진합니다. 준 엔지니어급 전문성을 갖춘 분들도 수두룩합니다. 시승 행사 뿐 아니라 이래저래 발품 들여 시승차를 빌려 차를 꼼꼼히 '분해'하는 선후배들의 모습을 많이 봅니다. 전문기자들은 물론이요 일에 애정을 가진 일간·경제지 기자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반반 쯤으로 해 두죠ㅋ)

 

물론 평균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그 자체는 부인 못 합니다. 하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그 자체로 장점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자동차 구매자 역시 전문적으로 타는 게 아니라 그냥 타기 때문입니다. 아반떼를 갖다 서킷에서 주행해 보고, 시속 180㎞의 주행 안정성을 시험해 본들, 실 구매자에게는 별 필요 없는 부분이 대부분입니다. 그것보다는 디자인이 이뻤다, 무슨 느낌이었다,  실연비가 어땠다, 조작이 어땠다, SM3에 비해 소음이나 진동이 어떤 것 같았다. 이런 게 더 와 닿는 부분입니다. 물론 이런 느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안전'은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전문 엔지니어의 설명을 시승기에 곁들이면 그야말로 훌륭한 '주관적 시승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시승기와 광고주와 무관하다는 예는 한국경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전경련이 대주주인 한국경제에는 요즘 까칠한 시승기가 많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현대·기아차도 피해가지 못합니다. 트집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공감이 갑니다. 무엇보다 재밌습니다.

 

[Car&Joy] 최진석 기자의 '이 車 왜 이래!'

#뉴 쏘렌토R 2.2 4WD, "어디가 바뀐거지?"…얼핏보니 구형과 비슷

<2012년 7월 27일. 한국경제 최진석 기자>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72796221

 

[Car & Joy] 전예진 기자의 '까칠한 시승기'

깜찍한 `레이` 승차감은?…묻지말레이~

<2012년 6월 29일. 한국경제 전예진 기자>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62907541

 

변명처럼 들리셨나요. 뭐. 그런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자동차 담당 기자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답니다. 어차피 실제 구매자라면 기사나 온·오프라인의 이런 저런 얘기들은 참고사항일 뿐, 직접 보고, 타 보고 결정하지 않습니까. 주관적이고, 전문적이지 않다는 한계를 감안하기만 하면 뭇 기자들의 시승기는 대부분 믿고 참고할 만합니다. 또 잘만 찾아보면 전문적인 내용도, 솔직한 비판도, 객관적인 분석도 모두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개인적으로는 글로벌오토뉴스의 시승기가 전문적이고 대부분 차종을 망라해 놓고 있어 좋더라고요. 탑라이더 김한용 기자는 블로그 등을 통해 간간히 재미진 영상 시승기를 올리신답니다. 한국일보 임재범 기자의 블로그도 고화질의 사진을 감상하기에는 그만입니다.

 

PS. 최근에 쓴 제 시승기를 첨부합니다. 어떤가요. 지적해 주실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당시에 댓글로는 욕 좀 먹었었다죠. 일본차 홍보한다고ㅋ 당시에 한일 관계가 최악이었다죠ㅠ

 

[시승기]‘일본 첫 디젤 세단' 인피니티 M30d 타 보니

<2012년 9월 2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DC12&newsid=01180806599656184&DCD=A00203&OutLnkCh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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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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