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2012.11.02 00:52

*골목사장 분투기. 강도현 지음. 2012년. 인카운터.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불안정한 기업의 고용 상황은 사람들을 경험도 일천한 자영업의 길로 내몰고 있다. "상사에 아부하는 더러운 짓거리, 샐러리맨 짓거리는 못 하겠다. 차라리 닭이나 튀겨야겠다. 카페나 차려야지." 이런 무사안일한 태도가 이를 부추긴다. 더욱이 프랜차이즈란 이름의 괴물은 당신의 호구로 찍어 창업하라 꼬드긴다. 물론 이들은 당신의 '지속가능한 성장'에는 관심이 없다.

 

이 책은 삼일회계법인 출신. 이래저래 회계를 배웠다 하는 넘이 카페를 차렸다 망하면서 배운 다양한 노하우를 담고 있다. 망하는 사람이야 부지기수지만 '배운 놈'이 망하다보니 그럴듯한 분석을 내놨다. 책이란 게 성공 스토리가 담기는 게 보통인데 워낙 자영업자를 하려는 사람이 많고, 개중에는 80%가 폐업하는 판국이니 이런 책도 잘 팔리는 듯 하다.

 

저자는 자영업자의 대부분이 망할 수 밖에 없는 건 일차적으로 구조적인 이유라고 한다. 자영업자 가구가 전체 인구의 적잖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의 80%가 망해나간다는 건 이미 사회적인 문제다. 앞서 말했듯 고용 불안이 미성숙한 자영업자를 양산하고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며 모두가 망해나가는 구조다.

 

물론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가령 편의점이나 카페, 음식점 더욱이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불필요한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나름 전문성이 있는 자전거 판매·수리점은 그런 대로 유지된다. 물론 레드 오션 업종에서도 엄청난 아이템을 갖고 시작해 단골 고객을 들끓게 한다면 그야말로 기사에 실리는 '성공한 자영업자'가 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다. 저자는 노하우와 실력을 갖고도 구조적으로 실패하는 사람들을 적잖게 봐 왔다고 한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캐나다 친구가 생각났다. 음악학도인 친구는 현재 캐나다에서 결혼해 '버블 티'란 걸 판다. 음악은 돈이 많이 들고 더욱이 지휘는 기회를 얻기 어려운 만큼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부인과 함께 이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기획 단계가 길었을 뿐 아니라 사업을 구체화하는 데 3년 걸렸다. 규제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정부가 엄격하게 규제한다. 대신 한번 시작하면 좀처럼 망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지역에 동종 버블티 가게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이 사례는 즉 캐나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성패를 단순히 개인의 성패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 복지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말이다. (아 물론 캐나다는 모든 게 늦긴 하다. 한국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편이다. 온라인 기사만 봐도..) 저자도 골목사장, 즉 자영업자는 사회적 문제, 복지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권리금이란 독특한 구조도 소액 창업자의 발목을 잡는데 한 몫 한다. 법적인 실체가 없으나 공공연하게 거래되는 게 권리금이다. 권리금을 내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 없으나, 장사를 안 할때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법적으로 규정된 내용도 없다. 용산 철거민의 요체도 '권리금을 내고 왔는데 권리금 없이 나가라면 죽으라는 거 아니냐'는 거다. 수천,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권리금. 돈 많은 사람들의 경우 권리금을 부풀려 장사하며 수익을 내는 이른바 '권리금 장사'를 하지만, 돈 없는 개개인에 있어선 '리스크'다.

 

구조적인 문제도 다루지만 이 책이 재밌는 건 구체적인 실제 사례 때문이다. 자신이 창업하면서 들어간 돈, 그리고 벌 수 있는 돈에 대해서 까발린다. 부동산에서도 프랜차이즈에서도 솔직히 말해주지 않는 내용들. 자영업자의 비서(秘書) 같은 느낌을 준다. 단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니기에 개별 브랜드로 접근하는 사람에게 해당한다. 이들에겐 꽤나 도움이 될 듯 하다.

 

저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통해 돈을 버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단정한다. 구조상으로 그렇긴 하다. 한국형 프랜차이즈는 개별 사업자가 돈을 벌든 말든, 잘 되든 망하든 가맹비와 납품, 시설비로 다 뽑아 먹는다. 가맹점주들이 계속 망하는데도 그 뒤로 가맹하고자 하는 사람은 줄 서 있다.

 

자영업자로 실패하지 않기 위한 여러 방법도 소개한다. 요약하면 '돈이 벌리지 않을 거 같으면 하지 말라'는 거다. 간단한 회계 지식도 필요하다. 정말 간단하다. 들인 이상으로 벌어들일 수 있냐는 거다. 단 상식과 다른 몇 가지 조건이 추가된다. 월 700만원이 들어가는데 1000만원 꼴로 수익이 들어오면 300만원 버는 것 아니냐는 말은 틀렸다. 초기에 얼마나 들였느냐부터가 중요하다. 2억원을 들였다면, 가만히 놀며 연 3% 이자수익만 받아도 연 600만원, 월 50만원이다. 거기에 자신이 자영업 대신 다른 노동을 했을 경우 능력에 따라 100만~200만원은 번다. 아르바이트도 마찬가지다. 개인사업을 할 경우에 비해 리스크도 훨씬 적다. 이를 감안하면 2억원을 들였을 때 매달 700만원을 들여 1000만원 꼴로 수익이 나온다면, 그건 실패나 다름없다. 언제까지 1000만원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뿐더러 하루 12시간 일하는 본인의 노동력(150만원이라 쳐 보자)과 이자비용 50만원을 제하면 월 100만원 남는 셈이다. 그나마도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개인사업자라는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한다. 4대보험도 안 된다. 아프면 공치는 리스크 넘치는 인생이다. 여기에 자기 자본이 아니라 대출까지 받았으면 물론 더 벌어야 한다.

 

자기가 사업에서 거의 완전히 손을 뗀다는 가정 하에, 혹은 자신의 월급을 적정한 인건비로 포함한다는 가정 하에 임대료, 재료비, 인건비, 부대비용, 각종 세금에 대출 이자, 초기 투자비용에서 기대할 수 있었던 이자수익까지 모두 제하고도 남는 순수익이 쏠찬히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게 기업 재무재표의 영업이익이고, 이 것을 모아 앞으로의 일을 도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돈을, 그냥 좋다고 흥청망청 써 버리는 사람이 있다면 기업으로 치면 횡령죄에 해당하는 것 아니겠나.

 

하나 더 조언한다. '누구도 믿지 말라'는 거다. 부동산 중개업소는 건물주 편이고, 프랜차이즈는 자기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다. 누구도 당신의 돈에 대해 책임져 주지 않는다. 그야말로 언제 어디서 맹수, 혹은 사기꾼이 나타날 지 모르는 정글이다. 자신의 인생을 건 도박이다. 철저히 준비해서 하던지. 웬만하면 하지 마라.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해라. 당신이 애매하게 속아 들어가기 때문에 잘 준비하는 사람도 밀려나고 있다. 저자는 이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덧붙이면 기자로서 인터넷 토양 속 지역 언론을 포함해 수천개에 달하게 된 '골목언론사 분투기'도 재밌을 거 같다. 아니 걱정이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죽어나고 있는 형국이고, 난 그 안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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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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