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2010.12.28 05:22

내년 출시하는 닛산의 소형차 '큐브'. 이효리카로 유명세를 날렸는데 정작 이효리 씨는 지금 다른 걸 탄다죠.


오늘 새벽(12월 28일) 눈이 펑펑 내리네요. 방금 잠시 산책하고 왔는데 내일 걱정보다 마냥 반가운 걸 보니 저도 아직 마음은 동심인가 봅니다. (내년에 이제 32살이면 젊죠 뭐) 그냥 자기가 아쉬워 미루고 있던 자동차 회사들 송년회 후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는 연말에 기자들과 송년회를 엽니다. 공식 일정은 지난주 대부분 끝났는데 그중 백미는 '한국닛산'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워낙 '인포멀(점잖치 않은)' 했던 자리라 유일하게 사진을 찍지 않아 증명할 방법이 없지만 글로나마 소개하겠습니다.

이 포스팅에 내년 가장 기대되는 수입차 브랜드는 '닛산&인피니티'라는 다소 편향적인 제목을 단 건 결코 잘 얻어먹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대개의 자동차 브랜드가 그렇듯 화려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물론 못 먹었다는 뜻도 아닙니다. 그냥 먹었습니다. 송년회는 사실상 일의 연속선상이거든요.)

그럼에도 이 같은 제목을 달게 된 건 이 송년회가 다른 브랜드와 뭔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식사 메뉴부터 달랐습니다.

자동차 브랜드, 특히 수입차는 '브랜드 이미지'가 곧 수익 창출입니다. 현대기아차도 해외에서는 부가가치를 높이려고 골머리를 썩이고 있죠. 따라서 10만 소비자를 대신해 앉아 있는 100여 명의 내외의 기자들을 초청한 자리는 화려하기 짝이 없습니다. 재즈 공연이 펼쳐지고, 스테이크를 썰어 먹습니다. 와인을 마십니다.

그런데 이것도 매일매일 나름의 긴장 속에서 먹으려면 소화도 안 되고 입에도 안 맞습니다. 삼겹살에 소맥(소주+맥주)이 간절해지죠. 닛산은 그런 점에서 브랜드 이미지라는 자신의 니즈(needs)보다 기자들의 필요에 딱 부합했습니다. 고기 구워먹으며 소맥 한 잔씩 걸쳤거든요.

이건 전통인 것 같기도 해요. 올해는 CEO가 일본인으로 바뀌어서인지 퓨전 일식집에서 송년회를 가졌지만 지난해는 전통 한식집에서 했답니다. 한국인 CEO였던 것도 아녜요. 그렉 필립스라는 미국인이었습니다. 현재는 르노삼성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가 있죠. 물론 이 분 술 마시는 걸 보면 한국인 이상의 '포스'가 나긴 했지만.

기자들도 그걸 알았는지 사실상 기자단 송년회를 한국닛산 송년회로 잡았던 모양입니다. 거의 대부분 매체, 대부분 기자가 왔습니다. (각 매체당 통상 2~3명의 자동차 담당 기자가 있죠)

너무 앞서간 생각인지는 몰라도 회식자리만 봐도 CEO의 유연성이 느껴졌습니다. 아울러 조직 내 의사소통이 유연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직 내 있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조직 내 의사결정은 '상식적인 최상의 선택'을 하는 게 몹시 까다롭다는 거 아시죠?

왼쪽이 켄지 나이토 사장. 최근 자체 고객 응대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딜러와 기념촬영 하는 모습이죠.


두 번째. 켄지 나이토 사장의 한국 시장에 대한 열의가 느껴졌습니다. 나이토 사장은 한국에 부임한 지 불과 반년도 안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글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회사 경영실적 소개를 한국어로 시작했습니다.

물론 알아듣기 힘들었죠. 하지만 분명히 또박또박 "올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내년도 이러저러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9000대를 판매하겠다"는 어려운 내용을 한국어로 말했습니다.

쪽지를 보고 읽은 것이지만 일본어로 대충 소리를 맞춘 게 아니라 '한글'을 또박또박 읽었습니다. 중간에 결국 포기하긴 했지만 이건 한국어 표현을 너무 어렵게 해 놓은 원글 작성자의 잘못이라고 해 두죠.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면 될 것도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먼 길까지 왕림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삼가 감사의 인사 말씀 올리겠습니다'라고 하는 식이었으니.

보통 연예인이나 CEO가 한국에 온다고 한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읊는 게 전부죠. 한글 자체를 공부할 생각까지는 안 합니다. 켄지 나이토 사장을 다르게 볼 수 밖에 없었죠.

세번째. 한국닛산은 모든 걸 공개했습니다. 보통 회사는 기자들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려 노력합니다. 기자들과 너무 얽혔다가는 오히려 손해볼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죠. 회사 사정에 정통한 기자가 있다면 회사로써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는 마케팅은 물론 재무에서부터 영업까지 전 부문 책임자가 와서 회사를 홍보했습니다. 얼핏 보면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웬만한 자신감 아니고서는 이렇게 하기 힘듭니다.

한국닛산은 이에 앞서 12월 초 국내&수입차 전 브랜드를 통틀어 처음으로 내년도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지금 정확히 기억 안나는데 닛산과 인피니티를 각각 4500대씩 팔아서 총 9000대를 팔겠다는 목표였을 겁니다. 출시 모델도 '인피니티 G25'와 '닛산 큐브' 2종으로 확정지었고요.

이 역시 모든 회사는 자체적인 목표를 갖고 있지만, 외부에 공개할 정도의 자신감은 닛산을 비롯한 몇몇 용감한 기업들에게만 있답니다.

내년에 출시하는 인피니티 G25. G37 시리즈에서 엔진 배기량을 낮춘 모델이죠.


이런 까닭에 닛산&인피티니가 내년에도 활약할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정도 기업이 이 정도 못하겠어'란 생각. 만일 이런 기업이 잘 안 되고 폐쇄적인 기업이 잘 된다면 이상하지 않겠어요.

제가 아는 한 가장 열심히 취재하는 자동차 기자인 조선경제i의 이진석 씨가 회식 내내 켄지 나이토 사장 옆에 앉아 있더군요. 이 친구에게 넌지시 무슨 얘기했냐 물어봤습니다. 먹는 얘기 했다네요. 켄지 나이토 사장이 "자기는 계란말이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대요.

그 이유까지 물어보진 않았지만 소박하지만 정성이 담겨야 진짜 맛있는 음식, 계란말이 같은 상품을 팔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아닐까 긍정적으로 해석해 봅니다.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닛산이 내년 한 해 동안 좋은 실적을 거두고, 저도 기분 좋은 심정으로 이 회사와 관련한 기사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송년회에서 보여준 마음가짐을 고객에 전달한다면 감동받지 않을 소비자는 없을 겁니다. 이 점 잊지 않고 내년에 좋은 소식 내길 기대해 봅니다.

Posted by 김형욱